피랍자 글 악의적 번역 유포“신변 악영향” 경찰 수사나서

  • 입력 2007년 7월 2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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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이모 씨의 개인 홈페이지. 이곳에 올려진 평범한 아프간 여행기를 일부 누리꾼이 악의적인 내용을 담아 영어로 번역하고 국내외 인터넷 사이트에 유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이모 씨의 개인 홈페이지. 이곳에 올려진 평범한 아프간 여행기를 일부 누리꾼이 악의적인 내용을 담아 영어로 번역하고 국내외 인터넷 사이트에 유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한국인 피랍자 23명 중 한 명인 이모 씨가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아프간 관련 게시물을 일부 누리꾼이 악의적인 내용을 담아 영어로 번역해 국내외 인터넷 사이트에 유포시키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24일 국내외 관련 인터넷 업체에 ‘긴급 공지’를 보내 “문제의 번역 게시물을 삭제하고 관련 누리꾼들의 접속 기록 등을 확보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긴급 공지문에 따르면 일부 누리꾼은 평범한 내용인 이 씨의 아프간 여행기를 영어로 번역하면서 “아프간의 선조 이름은 한국 발음으로 ‘거지물랴’인데 거지는 한국에서 비렁뱅이(begger)를 의미한다”고 원문에 없는 내용으로 왜곡했다.

또 번역 게시물에는 ‘아프간의 유명한 사원에서 이슬람식이 아닌 다른 종교 의식으로 예배를 봤다’, ‘무료 의료봉사 활동을 한다고 주장하지만 간호원 1명 외엔 의사나 간호사가 없어 난센스다’ 등 이 씨의 게시물과 전혀 다른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씨가 아프간을 폄훼한 것처럼 왜곡된 문제의 게시물은 이미 탈레반 홈페이지의 운영자(웹마스터) e메일로 보내졌고, 국내 인터넷사이트는 물론 세계적인 동영상 사이트인 미국의 유튜브 사이트에도 올려졌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해당 사이트들에 ‘문제의 게시물을 즉각 삭제할 것’을 요청하고, 다른 포털 및 손수제작물(UCC) 사이트에는 사전 검색을 강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경찰 측은 “문제의 게시물 때문에 피랍자들의 신변이 위험해질 것이 우려돼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靑, 누리꾼 악플 자제 요청▼

청와대가 24일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에 대한 인터넷상의 비판적인 여론, 댓글 등과 관련해 누리꾼들에게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 가족들이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견해와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누리꾼 여러분이 따뜻한 마음으로 그 가족들을 격려해 줘야 할 때”라며 이같이 당부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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