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아우디 “한국투자 안한다”

  • 입력 2007년 3월 29일 03시 00분


“한국에 투자할 생각은 없습니다.”

루퍼트 슈타틀러 아우디 회장은 최근 독일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2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우디코리아 사무실에서 본보 기자와 만난 슈타틀러 회장은 “한국에 투자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노(No)”라고 잘라 말했다.

중국 인도 베트남 대만 등 아시아 각국이 글로벌 제조업체의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갈수록 기피지역이 되고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업체의 최고경영자(CEO)들은 “한국은 시장이 작고 규제가 많은 데다 높은 인건비와 강성노조, 비싼 땅값 때문에 투자처로 매력이 없다”고 고개를 흔든다.

BMW의 크리스토프 치르슈니츠 아시아 총괄담당 임원은 14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 본사를 찾은 본보 기자에게 “생산 공장이나 합작회사 등을 세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울리히 발커 동북아시아 회장도 지난해 11월 18일 한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투자 여건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자동차 외에 다른 산업 분야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1∼9월 한국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 유치액은 59억 달러로 2005년 같은 기간의 62억 달러보다 5% 줄었다.

반면 중국은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외국인 투자 유치 실적이 1년 전보다 21.9% 늘어난 735억 달러였다. 베트남 역시 지난해 78억 달러로 3년 연속 100%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국내 자동차회사들도 신규 투자는 대부분 해외에서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인도 등 해외 생산시설과 연구시설 확보에 31억 달러를 투입했고, 앞으로 22억 달러가량을 더 투자할 계획이다. 국내에선 지난해 울산 5공장 설비를 증설하는 데 2억 달러를 투자한 것이 전부다.

한국의 해외 직접 투자는 2003년 41억 달러, 2004년 60억 달러, 지난해 107억 달러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조철 연구원은 “일본에서는 정부가 기업 규제를 대폭 풀고, 노사가 생산성 향상에 노력하면서 도요타자동차가 자국 내 규슈(九州) 지역에 대규모 공장을 짓는 등 제조업체의 본국 회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국내 기업의 해외 탈출을 막으려면 기업 규제 완화와 노사협력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뮌헨=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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