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아내 姓 따르는 남편 늘고 있다

  • 입력 2007년 3월 22일 1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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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마이클 버데이 씨는 결혼 후 이름을 '마이클 비욘'으로 고치고 싶었다. 아내 다이애나 비욘을 사랑하는 데다 장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아내의 성을 따르기는 쉽지 않았다. 가는 곳마다 조롱거리가 됐고 복잡한 행정 절차를 밟으면서 만만치 않은 비용까지 들여야 했다.

그는 결국 "배우자의 성을 따르는 데 남성만 복잡한 절차를 거치도록 요구하는 것은 성차별"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로스엔젤레스에 사는 버데이 씨를 대신해 시민자유연맹(ACLU) 캘리포니아 지부가 지난해 12월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버데이 씨처럼 결혼 후 아내의 성을 따르려는 남성들이 쉽게 성을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도 제출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이달 중 이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22일 이처럼 결혼한 여성 쪽에서만 남편의 성을 따르는 전통에 도전하는 미국 남성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별다른 절차 없이 자유롭게 아내의 성을 따르도록 허용하는 주는 7곳에 불과하다.

결혼문제 전문가 샤론 네일러 씨는 "아내의 성을 따르려는 남편들은 아직도 드물지만 두 사람의 성을 나란히 쓰는 커플은 많다"고 전했다. 직장 여성들이 동료나 거래처에 알려진 결혼 전 이름을 포기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신문은 인류학자들의 연구를 인용해 '전 세계에서 결혼 후 아내의 성을 따르도록 하는 문화권은 없다고 보도했다. 영국 왕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자녀가 어머니 성인 '윈저'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1960년 새 법을 제정해야 했다. 찰스 왕세자의 이름은 '찰스 마운트바튼(Mountbatten)-윈저'이며 '마운트바튼'은 여왕의 남편 필립공의 성이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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