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당시 쇼와 前 일왕 심정 담긴 문서 발견

  • 입력 2007년 3월 9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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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당시 쇼와(昭和) 전 일왕의 속내를 알 수 있는 기록이 발견됐다고 아사히신문이 9일 보도했다.

쇼와 일왕의 비서로 일했던 오구라 구라지(小倉庫次) 전 도쿄대 법경학부장이 1939년 5월부터 1945년 8월까지 궁내청 용지 600여장에 쓴 일기가 그것.

일기에 따르면 1939년 7월 5일 이타가키 세이시로(板桓征四郞) 육군대신이 만주사변을 추진했던 이시하라 간지(石原莞爾) 소장을 영전시키겠다는 보고를 하고 간 뒤 쇼와 일왕은 "뒤처리는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라고 큰소리로 역정을 냈다. 육군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쇼와 일왕이 일본, 독일, 이탈리아 3국의 동맹체결 움직임에 대해 불쾌감을 표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1939년 10월 19일 동맹을 추진했던 시라토리 도시오(白鳥敏夫) 주 이탈리아 대사가 귀국해 이를 보고하자 "기분이 내키지 않는 모습이었다"는 것.

중일전쟁에 대해 "중국이 의외로 강하다. 전쟁의 예측을 모두가 잘못했고 특히 육군조차 잘못 관측했다"(1940년 10월 12일)거나 "일본은 중국을 업신여기지만 빨리 전쟁을 그만두고 10년 정도 국력을 충실히 키우는 게 현명하다(1941년 1월 9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전쟁에 대한 그의 생각이 솔직하게 드러난 것은 1942년 12월 이세(伊勢) 신궁 참배를 위해 교토(京都)를 방문했을 때다. "지나사변(중일전쟁)은 하고 싶지 않았다. 소련이 무서웠기 때문"이라거나 "전쟁은 시작할 때는 신중하게, 시작했으면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전황이 악화되면서 각기 의견이 다른 형제들에 대해 "왕족이 책임 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니 곤란하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일기는 월간 '문예춘추' 10일자에 게재될 예정이다.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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