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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2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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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에 한 번, 계급제도에 또 한 번
‘인도의 뉴욕’ 뭄바이에서 동남쪽으로 170km인 푸네. 한국에서라면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이지만 울퉁불퉁한 현지도로 여건상 5시간을 넘게 달려 도착할 수 있다.
푸네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의 마을인 람테카디.
국제구호기구인 기아대책과 SK텔레콤은 6일 람테카디 아이들의 놀이터인 힌두교 신전 앞에서 무료급식 활동을 벌였다. 긴 급식줄에 선 신데(15) 양은 양 갈래로 머리를 땋아 빨간 리본으로 곱게 묶은 소녀였다.
1평짜리 판잣집에 사는 신데 양의 가족은 10명이다. 유일하다시피 한 가구인 간이침대는 외할머니와 어머니 몫이고, 남동생 2명과 여동생 4명, 그리고 신데 양의 침대는 땅바닥이다. 알코올의존자인 아버지는 돈이 필요할 때만 가끔 집을 찾는다.
어머니가 고물을 팔아서 하루 15루피(약 300원)를 벌지만 가족들 식대로도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얼마 전부터 전기마저 끊겼지만 신데 양은 컴컴한 방안에서도 좀처럼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꿈이 뭐냐”는 물음에 그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의사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아직 람테카디 출신의 의사는 없다. 가난도 가난이지만 카스트라는 인도 고유의 계급제도 앞에서 이 마을 출신 아이들은 다시 한 번 좌절한다.
람테카디 주민 대부분은 다른 계급들이 만지는 것조차 꺼리는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untouchable)이기 때문이다.
푸네에 사는 가울리(13) 군은 영어도 인디어도 쓸 줄 모른다. 학교에 가고 싶지만 “내가 학교에 가는 대신 고물을 모으지 않으면 8명의 가족이 먹고살 수 없다”고 말했다.
○ 꿈을 향한 징검다리, 빵과 학비
경제성장으로 인도의 도시가 팽창하는 것과 비례해 농촌에서 일자리를 찾아 무작정 상경한 도시빈민층도 급증하고 있다.
도시빈민 부모 대부분이 인도의 자전거택시인 릭샤의 기사로 일하거나 쓰레기를 주워 팔지만 벌이는 신통치 않다. 하루 16루피(약 340원)만 있어도 세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지만 델리의 빈민 대부분은 하루 두 끼를 먹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인도 도시빈민 구호에 나서는 단체들은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서는 한 끼의 무료급식보다 빈민층 어린이들이 교육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 어린이개발계획(CDP) 등에 동참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CDP는 한 달에 계좌당 2만 원으로 인도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일대에 거주하는 빈민층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비를 지원하는 제도이다.
1996년에 시작된 이 제도를 통해 20개국 1만2898명이 후원받고 있다고 기아대책은 전했다.
한국인의 무료급식과 어린이 교육 후원 등에 대해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인도인 라메시 씨는 “우리 민족이 못하는 일을 한국인이 해 주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후원문의
기아대책 전화(02-544-9544) 또는 홈페이지(www.kfhi.or.kr). 후원계좌는 국민은행 059-01-0536-352(예금주: 기아대책)
푸네·델리(인도)=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1달러도 빈민층엔 ‘어마어마한’ 돈▼
여성 하루 품삯… 밀가루 3㎏ 살 수 있어
1달러는 인도 돈으로 약 46루피. 빈민층에게 이 1달러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성인 남성이 사탕수수밭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받는 품삯이 100루피, 여자는 60∼70루피가 고작이다. 여자들은 하루 종일 파출부 일을 하더라도 30루피 정도만 만질 수 있다.
1달러로 품질이 낮은 쌀 200g을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그 대신 주식이나 마찬가지인 차파티(빵의 일종)를 만들 밀가루를 산다. 밀가루는 1달러에 3000g까지 살 수 있기 때문. 공립학교는 무료지만 현지 언어인 바라티어만 가르칠 뿐 장래 직업을 구하는 데 필수요소인 영어나 컴퓨터 등은 교과목에 아예 포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빈민들도 형편만 되면 아이를 사립학교에 보내는 게 꿈이지만 한 달에 400루피인 등록금을 감당할 수가 없다.
기아대책 관계자는 “한 달에 1계좌 2만 원이면 인도 어린이에게 꿈을 갖게 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푸네·델리(인도)=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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