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 장난 아니네…中 춘제때 한달 봉급 날리기 예사

  • 입력 2007년 2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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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쑤이첸(壓歲錢·세뱃돈)이 무서워 고향에 못 간다.’

황당한 얘기 같지만 중국에서는 ‘춘제(春節·설)’ 때 흔한 일이다. 야쑤이첸은 발음이 같은 단어 ‘壓수錢(귀신의 화를 물리치는 돈)’에서 나온 말.

중국 신화통신은 설날에 아이들에게 주는 세뱃돈이 무서워 고향에 못 가는 월급쟁이가 적지 않다고 21일 보도했다. 이런 사람을 중국에서는 ‘쿵구이쭈(恐歸族)’라 부른다. 귀성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세뱃돈을 얼마나 주기에 고향 가는 것까지 포기할까. 현재 중국에서 아이에게 주는 세뱃돈은 최소 100위안(약 1만2000원)이다. 보통 100, 200, 400위안을 준다. 300위안이나 500위안은 주지 않는다. 홀수는 불길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1000위안(약 12만 원) 이상 주는 사람도 있다.

대개 월급이 1500∼5000위안인 월급쟁이에게 1인당 100∼400위안의 세뱃돈은 큰 부담이다. 10명만 주면 곧바로 한 달 월급이 날아간다. 형제자매나 사촌, 이웃의 자녀까지 챙기다 보면 3000∼5000위안은 금세 없어진다.

하지만 남보다 적게 줄 수도 없다. 남보다 적게 주지 말 것, 줘야 할 사람을 빠뜨리지 말 것, 늦게 주지 말 것 등 세 가지를 잘 챙기지 않으면 세뱃돈을 주고도 욕을 먹는다.

중국에서 세뱃돈의 의미는 귀신을 물리치고 병을 쫓아내며 복을 기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돈 대신 책이나 공책으로 주자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돈이 낫다는 게 다수 의견.

둥베이(東北)대 마샤오팡(馬曉方) 부교수는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세뱃돈을 줄 필요는 없다”고 말했지만 회사원 린(林)모 씨는 “그렇게 해서라도 주는 게 낯 깎이지 않고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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