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에서 나락으로 추락한 주인공은 지난해 7월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를 탔던 리사 마리 노웍(43) 씨. 현직 해군 대령이자 세 아이를 둔 주부였지만 그는 동료 비행사로 이혼남이었던 윌리엄 오펄레인(41) 중령에게 얼마 전부터 마음을 빼앗긴 상태였다.
그러나 정작 오펄레인 중령은 NASA 기술자로 근무하는 콜린 시프먼(30) 대위에게 관심이 있었다. 두 사람의 관계를 몰래 지켜보던 노웍 씨는 우연히 오펄레인 중령이 시프먼 대위에게 사랑을 고백한 e메일을 훔쳐보고 말았다.
노웍 씨는 그만 질투에 눈이 멀어 버렸다. 그는 연적인 시프먼 대위가 올랜도행 비행기에 올랐다는 말을 듣고 그녀를 만나고자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 플로리다 주 올랜도 국제공항으로 차를 몰았다. 무려 1500km나 되는 먼 거리였다. 그는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끼기 위해 성인 환자용 기저귀를 차고 차 안에서 소변을 해결했다.
가까스로 차를 몰고 도망친 시프먼 대위는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인근 버스 정류장의 쓰레기통에 증거물을 버리는 노웍 씨를 발견해 체포했다.
그는 경찰에서 “해칠 의도는 없었으며 말로 위협을 하려던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웍 씨의 차 안에서는 공기총과 10cm 길이의 접이식 칼, 대형 쓰레기봉투, 오펄레인 중령이 보낸 e메일을 프린트한 종이가 발견됐다.
사건 당일 0시 무렵 노웍 씨는 짙은 색 가발과 안경, 트렌치코트로 위장한 채 시프먼 대위가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주차장까지 가는 동안 뒤를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노웍 씨에게 납치 미수와 1급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올랜도 법원은 노웍 씨에게 위치추적이 가능한 전자 발찌를 차고 시프먼 대위에게 접근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보석금 2만5500달러(약 2300만 원)에 그를 석방했다. 노웍 씨는 19년간의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남편과 별거 중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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