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각료 잇단 ‘역주행 발언’,‘NHK에 외압’…울고싶은 아베

  • 입력 2007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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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잇따르는 악재로 궁지에 빠졌다.

우선은 정부 인사들의 실언. 정부 여당 내에서 엉뚱한 발언들이 터져 나와 일이 꼬이는 악순환이 거듭되자 아베 총리는 각료들에게 ‘말조심’을 당부했다. 일본 언론들은 총리의 구심력 저하가 정권의 긴장도를 느슨하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총리가 소자화(少子化·저출산) 대책을 내놓은 마당에 담당 부처의 수장인 야나기사와 하쿠오(柳澤伯夫) 후생노동상이 “여성은 아이 낳는 기계”라고 실언했다가 야당으로부터 사임압력을 받고 있다. 이 발언에 대해서는 야당이나 여성뿐 아니라 정부 여당 내의 반응도 차가운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교육 3대 법안의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말한 직후인 28일에는 측근인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관방부장관이 TV방송에 출연해 “통과되면 좋겠지만 유연하게 생각해도 좋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로서는 국회 일정의 숨통을 틔우고 통과에 실패할 경우에 대비하자는 취지였다고 하나 정권의 손발이 맞지 않는 점을 드러낸 셈.

연이은 규마 후미오(久間章生) 방위상의 미국 정부 비판도 미일관계를 가장 중시하는 아베 정권의 보조를 엉클어 놓고 있다. 규마 방위상은 27일 지방 강연에서 미국에 대해 “잘난 척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24일에도 미국의 이라크전쟁 개전 판단을 “잘못”이라고 비판해 26일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관방장관에게서 주의를 받았다.

한편 도쿄 고등법원은 29일 공영방송인 NHK가 정치권의 외압으로 인해 위안부 관련 방송 내용을 수정했다고 판결해 아베 총리를 다시 궁지에 몰아넣었다.

법원은 이날 NHK가 2000년 여성운동단체의 모의재판 행사를 방송하는 과정에서 아베 당시 관방장관과 현재 집권 자민당 정조회장을 맡고 있는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의원이 방송 내용 변경에 영향을 미쳤다며 피고인 NHK가 원고 측에 200만 엔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산케이신문은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율(39.1%)이 당선 이래 처음으로 지지하지 않는 비율(40.9%)을 밑돌았다고 30일 후지뉴스네트워크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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