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주연 커플 위해 다같이 축배의 노래를”

  • 입력 2007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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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역사상 한국인 최초로 남녀 주역을 맡은 테너 김우경 씨(왼쪽)와 소프라노 홍혜경 씨. 사진 제공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역사상 한국인 최초로 남녀 주역을 맡은 테너 김우경 씨(왼쪽)와 소프라노 홍혜경 씨. 사진 제공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10일 오후 8시(한국 시간 11일 오전 10시) 세계 최고 권위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메트). 3800여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이 숨을 죽인 채 무대를 응시했다.

세 시간이나 줄곧 서서 봐야 하는 입석도 이날은 매진됐다. 공연은 메트의 간판 작품인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춘희)’.

전주곡이 끝나고 막이 열리자 화려한 의상의 여주인공 비올레타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올레타는 메트 고정팬들에게 익숙한 한국인 소프라노 홍혜경(47) 씨. 이어 등장한 남자 주인공도 분장 아래 동양인의 얼굴이 뚜렷했다. 객석에서는 “그러고 보니 오늘은 주인공 남녀가 모두 한국인이었군”이라는 속삭임이 들렸다.

사실이었다. 이날 메트의 주인공은 단연 홍 씨와 테너 김우경(29) 씨였다. 127년 메트 역사상 동양인이 한무대에서 남녀 주역을 맡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김 씨에게 이날은 메트 데뷔 무대. 그러나 그는 수없이 이 무대에 오른 테너처럼 당당해 보였다. 화려한 전주에 이어 김 씨가 귀에 익숙한 ‘축배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오페라 2중창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이다. 김 씨의 노래를 홍 씨가 받아 부르고 합창이 이어지면서 관객은 감전된 듯 무대로 빨려 들어갔다.

오페라의 백미는 남녀 주인공이 부르는 아리아. 관록 있는 홍 씨가 화려한 기교와 고난도의 고음을 요구하는 아리아 ‘언제나 자유롭게’를 완벽하게 소화하자 관객의 우레 같은 박수가 터졌다.

김 씨의 미성(美聲)은 공연이 이어질수록 빛을 발했다. 고음의 달콤한 목소리가 극장을 압도하면서 관객은 베르디 오페라의 진수를 맛봤다. 극장 전체를 울리는 성량도 압도적이었다. 김 씨의 힘찬 아리아가 끝날 때마다 “브라보!”라는 함성과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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