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6년 12월 29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미국 시애틀의 자선단체 ‘어린이 병원재단’의 덕 피처 대표는 요즘 기분이 하늘을 찌른다. 올 한 해 어느 때보다도 많은 기부금이 재단으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 탄성을 내지르는 자선단체는 이곳뿐이 아니다. 미국의 대다수 주요 자선단체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20% 늘어난 기부금이 몰려들고 있다.
2006년은 세계적인 ‘큰손’들이 자선사업에 뛰어들면서 어느 때보다 기부 문화에 관심이 쏠렸던 한 해다. 올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자선단체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은퇴 의사를 밝히고,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 씨가 370억여 달러를 기부하는 등 굵직한 뉴스가 잇따랐다.
유명 인사들이 보여 준 기부 행위의 효과는 다른 기업과 개인들의 동참으로 이어지고 있다.
28일 자선활동 전문지 ‘필랜스로피 크로니클(The Chronicle of Philanthropy)’에 따르면 올해 1∼11월 피델리티 자선펀드가 모금한 기부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나 늘었다.
지난주에는 모리스 그린버그 AIG 전 회장이 존 화이트헤드 골드만삭스 전 회장 등과 함께 200억 달러 규모의 자선재단 ‘스타 인터내셔널 파운데이션’ 설립을 발표했다. 게이츠 회장이 세운 ‘빌 & 멀린다 게이츠 재단’에는 일곱 살짜리 소녀가 “지금까지 저축한 돈을 모두 가져왔다”며 35달러를 내놓기도 했다.
영국의 자선활동 컨설턴트인 나이절 해리스 씨는 “최근에 주목되는 기부 행위의 흐름은 기존의 재력가 집안이 아니라 자수성가한 젊은 1세대 부자들의 동참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부 문화의 확산을 환영하면서도 거액의 자금이 제대로 분배 및 집행되지 못할 가능성, 세금 회피나 홍보 차원에서 기부를 이용할 경우의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했다. 자선사업에 수익 개념을 도입한 일종의 ‘변종 기부(hybrid philanthropy)’가 가져올 변화는 앞으로 눈여겨볼 부분.
27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런 전문가들의 지적과 함께 ‘큰손’ 자선가들의 경쟁이 오히려 기부 회피 현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이 1억 달러 이상의 기부를 약속했다가 철회한 배경에 “빌 게이츠에게 이슈를 빼앗겼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