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 홀로코스트 후폭풍, 이란 대통령을 법정에…

  • 입력 2006년 12월 14일 20시 35분


'이란 대통령을 법정에 세워야 한다?'

이란이 최근 홀로코스트(Holocaust·독일 나치에 의한 유태인 대학살)를 부정하는 국제회의를 열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다. 회의를 진행한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을 국제법 위반혐의로 기소하자는 논의까지 나왔다.

문제의 학술회의 참석자는 백인우월단체 KKK단의 대표를 지낸 데이비드 듀크, 홀로코스트의 존재를 부인해온 프랑스 학자 로베르 포리송과 반(反)유대주의 인사 60여 명. 이들은 "나치의 독가스실은 지어낸 이야기"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의 사망 원인은 질병 등 다른 이유였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도 회의에 참석해 "이스라엘은 지도상에서 없어질 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과거에도 "홀로코스트는 이슬람 국가들 한가운데 유대국가를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신화"라고 주장해왔다.

국제사회는 발끈했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제노사이드 협약(집단학살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 위반 혐의로 처벌하기 위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이 논의에는 도레 골드 전 유엔주재 이스라엘 대사,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엘리 위즐 보스턴대 교수, 어윈 코틀러 전 캐나다 연방 법무장관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법학자들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국제법상 금지된 '타국(他國)을 향한 증오 캠페인'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골드 전 대사는 "국제법은 이미 저질러진 범죄 처벌 외에 범죄 예방을 위해서도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연구기관인 예루살렘 공공문제센터(JCPA)는 "르완다의 집단학살에서는 사탕수수 창이 사용됐지만 이란은 핵개발을 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경계심을 높였다.

미국 백악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유럽연합(EU) 등도 "용납할 수 없는 모욕"이라며 일제히 회의를 비난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모든 힘을 다해 이런 논의를 막겠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도 교황 베네딕트 16세에게 이 회의를 성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번 회의의 목적에 대해 "자유로운 토론의 장을 만들어보자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스라엘과 대립하고 있는 아랍 국가들에게 호의적인 메시지를 보내 포섭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핵개발에 대한 이들의 비난을 잠재우고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라는 것.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 등은 사설에서 "무능과 부패, 빈곤문제 에 처한 아마디네자드 정권이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는 야비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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