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 군사위 ‘게이츠 국방’ 만장일치로 인준

  • 입력 2006년 12월 7일 02시 59분


“참 솔직하다. 감사하다. 신선한 현실감각이다.”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 2기의 나머지 2년간을 맡게 될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내정자의 인준 청문회가 열린 5일(현지 시간), 야당인 민주당의 반응은 한결같이 긍정적이었다.

곧 퇴임할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의 끈질기고 비타협적인 야당 관계와는 대조를 이뤘다는 점에서 특히 그랬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질문 도중 “전임자(현 장관)가 뼈아프게 부족했던 게 바로 이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게이츠 내정자는 이날 “이라크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 “잘못하면 미국이 시작한 이라크전쟁이 중동지역에 큰 재앙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말도 했다. 그동안 부시 대통령이 해 온 설명과는 사뭇 다른 평가였다. CNN방송은 청문회 도중 해설을 통해 “깜짝 놀랄 만한 솔직함”이라고 평가했다.

부시 대통령이 그를 럼즈펠드 장관의 후임으로 지명했을 때만 해도 그가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시절(1990∼1992년) 딕 체니 당시 국방장관과 호흡을 같이했던 강경 매파 정도로만 기억됐다. 그래서 ‘은근히 강성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당시 게이츠 CIA 국장 인준 청문회는 내정 후 청문회 개최까지 4개월이 걸릴 정도로 논란이 많았고 청문회도 꼬박 4일 동안 계속됐다. 서면 및 대면 질문만도 1000개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 8시간에 청문 절차가 종결됐고, 상원 군사위원회는 곧바로 ‘찬성 24, 반대 0’으로 그의 지명에 동의했다.

그는 이날 북한 핵 해법으로 군사행동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외교가 최선”이라고 답했다. 그는 정부를 떠나 있던 1994년 제1차 북한 핵 위기가 발생하자 언론 기고문을 통해 “단계적인 대북제재 및 대북금수조치는 거의 효과가 없다. 핵시설 공격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그는 비밀 핵 프로그램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더한 반미 물결을 일으키는 등 예상치 못한 값비싼 대가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절대로 최후 수단일 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내가 총장으로 있던 텍사스 A&M대의 졸업생 12명이 전쟁에서 죽었다. 나와 식사를 같이하고 대화를 나누던 이들이다. 전쟁은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문제”라고 말했다. 미 언론은 ‘인간적 면모’를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2004년 말 이라크전쟁에서 사망한 미군 병사 800여 명의 가족에게 보내는 크리스마스카드에 직접 서명하지 않고 ‘서명 기계’를 사용했다는 것이 보도되면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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