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신은 위대하다” 온몸떨며 판사에 삿대질

  • 입력 2006년 11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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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양복 차림에 깔끔하게 다듬어진 머리와 수염. 왼손에는 이슬람 경전인 코란. 표정은 엄숙했지만 부들부들 떠는 모습은 옆 사람들이 알아챌 만큼 분명했다. 첫 재판 때 “나는 이라크 대통령이다”라고 기세를 올렸던 모습이나, 6월 검찰의 사형 구형에 “잘됐다”고 받아치던 것과는 달랐다.

독재자에게 교수형을 선고한 ‘세기의 재판’은 단 1시간 50분 만에 이렇게 막을 내렸다.

○ 선고 vs 항의의 고함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법정에 섰다. 5일 자신을 향한 1심 판결이 내려지는 이라크 바그다드 특별법정의 피고인석이었다.

라우프 라시드 압델 라만 주심판사가 “그를 일으켜 세우라”고 지시했다. 후세인은 법정 경위가 자신을 일으켜 세우려고 손을 등 뒤로 꺾자 “팔을 꺾지 마, 꺾지 말라니까”라고 항의했다. 주심판사가 “그를 놓아 주라”고 한 뒤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

후세인은 이를 막으려는 듯 “신은 위대하다”고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소란이 계속되자 압델 라만 주심판사는 큰 소리로 “법정 최고형을 선고한다”고 말했다. 총살형을 요구했지만 내려진 것은 교수형이었다.

판결 직후에도 후세인은 “이라크여 영원하라, 이라크 국민이여 영원하라. 신은 위대하다. 반역자들보다 더 위대하다”고 연이어 외쳤다. 코란을 든 왼손을 휘두르거나 오른손으로 힘 있게 삿대질을 하며 계속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는 곧 “데리고 나가라”는 주심판사의 명령에 경위들에게 끌려 법정 밖으로 사라졌다.

○ 선고 이후

후세인의 변호인단은 그가 이날 오전 이라크 국민에게 “(나의 판결을 두고) 미국 등 침략자들에게 복수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후세인은 또 “종파 간 분쟁 앞에서 단결하라”고 촉구했다고 이들은 말했다.

후세인은 이보다 앞서 진행된 변호인단 면담에서는 “공포 없이 명예롭게, 조국과 아랍국가의 자부심을 간직한 채 죽겠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라크에서 사형 판결은 확정 30일 내에 집행된다. 이라크 정부는 2004년 사형제를 부활시킨 이후 올해 3월 테러에 가담한 저항세력 13명을 처형하는 등 사형 집행을 해왔다.

그러나 후세인의 사형 집행은 상당 기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단도 항소 의사를 밝힌 데다 이라크에서 사형 판결은 자동 항소되기 때문에 항소심 재판이 남아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4명이 늘어난 9명. 여기서 최종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정해진 기간이 없어 후세인이 사망할 때까지 무한정 재판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 엇갈린 반응

국제사회의 반응은 엇갈렸다. 미국과 영국, 이란 등은 “정당한 판결”이라며 환영한 반면 프랑스는 “이번 판결로 종파 분쟁이 악화돼선 안 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루이스 아르부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공정한 재판권 보장을 이유로 후세인에 대한 처형 유예 필요성을 제기했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후세인의 사형은 그를 반대하며 죽어간 순교자의 피 한 방울과도 비교되지 않는다”며 환영했다.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은 언급을 피했다. 이날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에서는 1000여 명의 시민이 “당신을 위해 우리의 영혼과 피를 희생하겠다”고 외치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반면 시아파 밀집지역에서는 후세인의 사진을 불태우며 판결에 환호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두자일 마을 사건은…후세인 암살음모로 시아파 주민 148명 처형

1982년 7월 8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60km 정도 떨어진 시아파 마을 두자일에서 일어났다. 당시 이 마을을 통과하던 후세인의 차량 행렬을 겨냥한 게릴라들의 암살 공격이 벌어졌다. 수니파인 후세인은 반대파인 시아파 정치세력이 조직적으로 꾸민 일이라며 범인 색출에 나섰다. 암살 음모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마을 주민 148명이 수용소로 끌려가 고문 끝에 처형됐다. 여기에는 11세짜리 어린이와 여성들도 포함돼 있었다. 또 여성과 어린이 등 주민 수백 명을 사막의 수용소로 몰아넣는 등 반인륜적 고문이 자행됐고 생계 수단인 대추야자 농장과 집들이 파괴됐다. 주민들은 사망자 수가 알려진 것보다 더 많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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