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리 레인펠트는 누구

  • 입력 2006년 9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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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총선에서 우파야당 연합을 승리로 이끈 프레드리크 레인펠트(41) 보수당 당수 겸 차기 총리.

그는 정치적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2년 총선에서 패배한 보수당의 당수를 이듬해 떠맡은 지 3년 만에 전통적인 좌파 아성을 무너뜨리고 보수당을 집권당으로 세웠다.

그는 패배 의식에 빠진 보수당을 재건하면서 ‘새로운 노동자당’을 표방했다. 상류층을 위한 정당이라는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정당으로 변신했다.

그는 개혁을 주장하면서도 좌파 정부가 마련한 복지국가 체제의 고장 난 부분을 ‘수리’할 뿐이지 이를 파괴하지 않겠다는 인식을 심어 줬다.

레인펠트 당수는 좌파 정부에 대항해 보수당, 자유당, 중도당, 기민당의 중도우파연합을 결성했다. 그는 각기 정강과 정책 목표가 다른 정당들을 중도적 개혁 기치로 결집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바탕에서 총선을 앞두고 사상 처음으로 우파연합이 공동 선거공약을 내놓았다.

레인펠트 당수는 1965년 중산층 가정의 3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스톡홀름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던 대학시절에도 학생 정치 활동에 열심이었다. 그는 보수당에 가입해 청년 조직에서 활동하면서 1991년 의원에 당선됐다. 그 후 여러 당직을 거쳐 2003년 10월 보수당 당수에 올랐다.

그는 13세 미만의 3자녀를 둔 아버지로서 가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그는 가사와 육아를 즐겨하며 탐정소설과 역사서적을 좋아한다고 한다. 특히 스웨덴이 낳은 세계적인 팝그룹 ‘아바’의 열성 팬. 부인인 필리파 씨도 정치인이며 지역 정당 지도자로 활약하고 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o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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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민당 복지정책 왜 실패했나▼

“도대체 뭐가 나쁜가요?”

스웨덴 사민당의 예란 페르손 총리는 총선 유세에 나설 때마다 유권자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사민당 정부는 트레이드마크인 복지정책으로 성장과 고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올해 2분기(4∼6월)에만 5.6%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해 유럽연합(EU) 평균(2.8%)의 2배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5.7%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가 유권자들 앞에 내민 경제성적표였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반응은 17일 총선에서 페르손 총리를 하차시키고 우파연합의 손을 들어 주는 결과로 나타났다. ‘내일을 위한 효율과 경쟁’이 ‘안락한 복지’를 누른 한판 승부였다.

선거의 가장 큰 쟁점은 뭐니 뭐니 해도 ‘숨은 실업률 찾기’ 논쟁이었다. 유권자들은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보수당 당수가 호소한 ‘숨은 실업률’ 주장에 공감했다. 레인펠트 당수는 “5%대의 공식 실업률에 ‘숨어있는 15%’를 합치면 실질 실업률은 20%에 이른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동안 사민당 정권은 실업자들을 정부 프로그램에 참가시키는 방식으로 실업자를 취업자로 둔갑시켜 실업률 통계를 크게 낮춰 왔다. 그러나 이는 심각한 재정 부담만 가져왔다. 반면에 피부로 느끼는 스웨덴의 청년실업은 서유럽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유권자 누구나 이웃과 친지의 현실을 통해 체감하는 사실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구호로 알려진 복지국가로 자처했지만 공공부문의 효율성마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우파연합은 복지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시장개혁 추진을 공약했다. 대규모 감세와 과감한 민영화를 통해 ‘복지병’을 고치겠다는 호소였다.

스웨덴식 사회주의에 안주해 온 유권자들도 만성적인 실업에 넌더리를 내고 마침내 우파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1932년 이후 74년 중 무려 65년을 집권해 온 사민당의 장기 집권에 따른 타성과 오만도 선거 패배를 자초했다. 2003년 9월 사민당은 유로 통화권 합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패배해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2004년 12월 543명의 스웨덴인이 희생된 동남아시아 지진해일(쓰나미) 당시엔 늑장 대응으로 국민의 분노를 샀다.

우파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레인펠트 당수를 중심으로 보수당과 자유당 중도당 기민당이 똘똘 뭉쳐 12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것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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