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따 모스크바]러 부자들 “안전지대로”

  • 입력 2006년 9월 1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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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근교인 일린스코예에 들어서고 있는 고급 ‘다차(전원주택)’의 건축 현장. 모스크바 신흥부자들의 새 주거지로 각광받고 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러시아 모스크바 근교인 일린스코예에 들어서고 있는 고급 ‘다차(전원주택)’의 건축 현장. 모스크바 신흥부자들의 새 주거지로 각광받고 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16일 모스크바 외곽순환도로에서 서쪽으로 80km 떨어진 일린스코예 마을 입구. 모스크바 시내에서 이 마을로 연결된 루블레보우스펜스키 도로 양쪽에는 바둑판 모양의 택지로 바뀌는 목초지가 유난히 많았다.

반듯하게 구획된 일부 토지에는 고급 다차(dacha·전원주택) 신축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고 땅 밑 3, 4m까지 건축용 철강 파일이 박힌 곳도 있었다. 3, 4층 높이의 철골 뼈대가 올라간 곳도 보였다.

마을 입구에서는 AK소총을 든 무장경찰들이 일반인의 출입을 막았다. 한 관광객이 공사장 현장 주변으로 다가가자 경관들은 “러시아 연방법을 어기지 말라”고 소리쳤다.

공사장 주변에서 만난 이고리 미나코프(43) 씨는 “13일 모스크바 시내에서 발생한 중앙은행 부총재 피격 사건 때문인지 검문이 강화돼 공사장 출입도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건물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다차 입구에는 사설 경비원들이 순찰을 돌고 4m가량의 담장과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100% 안전지대로 변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으로 이주하는 러시아인 상당수는 최근 자산을 크게 늘린 모스크바의 신흥 부자들이라고 원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한 원주민은 루블레보우스펜스키 도로를 가리키며 “크렘린에서 일하는 고위 공무원, 대기업에서 일하는 임원들이 자주 다녀 ‘고관대작 출퇴근길’로 불리는데 신흥 부자들이 입주하면 고급 자동차 경연장이 될 것”이라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대규모 다차 지역을 개발하는 발레리 즈베레프(53) 씨는 “시내에서 고위 인사들을 겨냥한 테러가 발생한 이후 모스크바 아파트 주민들의 입주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마을에서 동쪽으로 3km 떨어진 곳에는 고급 외제차 판매소, 명품 브랜드 매장, 고급 쇼핑센터들이 도로를 따라 늘어서 있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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