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병력파견 통큰 이탈리아… 뒷북 친 프랑스

  • 입력 2006년 8월 28일 03시 00분


유럽연합(EU) 국가들이 25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레바논 유엔 평화유지군에 최고 7000명의 지상군을 파견하기로 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정전(14일)이 이뤄진 지 열흘이 지나서야 평화유지군의 핵심을 이룰 EU 국가들의 파병 밑그림이 가까스로 그려진 셈이다.

이 같은 합의가 나오기까지 각국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부하던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전쟁 때문에 여력이 없다”며 발을 빼자 유럽 국가들이 ‘제2의 이라크전쟁 수렁’에 빠질 것을 두려워하며 주저하기 시작한 것이다.

평소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던 프랑스의 갈팡질팡 행보가 대표적이다. 과거 레바논을 보호령으로 거느렸고 기존 평화유지군 사령관을 맡아 온 프랑스가 당초 기대와 달리 병력 200명만 추가 파병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로 인해 프랑스는 국제사회로부터 “말만 많고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프랑스군의 증파를 촉구하고 나섰다.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이탈리아였다. 로마노 프로디 총리는 ‘3000명 파병안’을 내놓으며 평화유지군 지휘권까지 맡을 수 있다는 얘기를 흘렸다. 이탈리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면서 이라크 철군 결정으로 사이가 틀어진 미국과의 관계도 개선하겠다는 포석이었다.

결국 프랑스는 파병 규모를 2000명으로 증원키로 했고, 뒤이어 다른 국가들의 파병 약속이 잇따랐다. 나치 정권의 홀로코스트(유대인 집단학살) 전력 때문에 고민해 온 독일은 지상군 대신 해군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평화유지군 지휘권 문제는 일단 내년 2월까지 프랑스가 맡고, 이후 이탈리아에 넘겨주기로 합의됐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유엔 결의문은 평화유지군을 1만5000명 규모로 정했지만 EU 국가들이 제공할 병력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아시아, 중동 국가로부터 충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가 평화유지군 참여를 제의했지만 이스라엘이 반대하고 있다. 모두 이스라엘과 국교관계가 없는 비수교국이라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평화유지군 구성은 이스라엘이 아닌 유엔이 내린 결정”이라며 반발했지만 어떤 식으로든 외교적 절충이 필요하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각국의 평화유지군 참여 상황
국가파병 및 지원 검토안
이탈리아 3000명 파병
프랑스2000명 파병(약속)
스페인1000∼1200명 파병
폴란드500명 파병(약속)
벨기에300∼400명 파병(약속)
핀란드250명 파병(약속)
그리스프리깃함, 헬기, 특수부대 파견
독일해군 지원
덴마크, 노르웨이전함 3척(덴마크), 전함 4척(노르웨이) 파견
러시아사마라서 2000명 훈련 중, 이 중 일부 파병
방글라데시1500명 파병
인도네시아1000명 파병
말레이시아800∼1000명 파병
터키800∼1200명 파병(내부 반발)
포르투갈, 라트비아, 태국, 네팔파병 등 지원 방안 검토 중
미국군수 지원
영국일부 특수병력 지원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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