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여객기 공중폭파 기도]BBC “액체폭탄으로 동시테러 계획”

  • 입력 2006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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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최소 미국 5개 도시로 향할 예정이던 여객기들을 겨냥한 ‘동시 다발 여객기 테러’는 결행 직전에 적발됐다. 그러나 9·11테러와 7·7런던테러를 각각 겪었던 미국과 영국은 즉각 최고 수위의 비상상황에 돌입했다.

▽알 카에다 배후설=영국 경찰청은 10일 적발된 테러용의자 21명은 모두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이들이 모두 영국 국적을 지녔는지는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대부분은 런던에서 붙잡혔고 버밍엄에서 2명, 하이와이콤에서 1명이 체포됐다.

AP통신은 미국 정보 당국이 영국과 수개월간 공조해 테러용의자들을 검거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대 50명의 외국 용의자가 이번 모의에 간여했거나 연계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영국 BBC방송은 파키스탄 출신의 영국인들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피터 클라크 영국 경찰청 대테러 국장은 “수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해 용의자 검거 작업이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BBC방송은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2차 테러 계획의 유무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미국 측은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배후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2005년 영국 런던에서 52명의 희생자를 낸 7·7테러와 상당히 유사하다. 당시 테러범들도 파키스탄계 영국인으로 알 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드러났다.

BBC방송은 폭발물이 정교하고 아주 강력한 폭발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액체 폭발물을 휴대용 짐 속에 넣어 여객기에 반입한 뒤 비행 중 동시에 폭발시키려 한 것이다.

▽히스로 공항 대혼란=10일 히스로 공항은 비행 중인 항공기와 장거리 국제선을 제외한 모든 단거리 여객기의 이착륙을 금지해 독일의 루프트한자, 네덜란드의 KLM, 스페인의 이베리아항공 등이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히스로 공항뿐만 아니라 영국의 모든 공항이 경계를 강화하고 승객들의 보안검색을 엄격히 실시함에 따라 공항마다 승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로 인해 여객기 이착륙 시간은 당초 예정보다 1∼3시간씩 지연되고 있다.

영국 교통부는 전국의 공항에 여객기 승객의 휴대품 기내 반입 불허를 지시했다. 휴대전화와 노트북컴퓨터 등 전기나 배터리를 사용하는 물품의 기내 반입은 일절 금지됐다. 여권과 지갑 등 일부 필수품만 투명한 비닐봉투에 넣어 기내에 반입할 수 있다.

▽미국도 화들짝=미국은 테러범들이 자국의 유나이티드, 아메리칸, 콘티넨털 등 3개 항공사의 여객기들을 노린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01년 9·11테러 때는 아메리칸과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여객기가 납치돼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했다.

테러 음모가 사전에 적발됐음에도 미국 내 테러경보가 최고 수위인 ‘적색’으로 상향 조정된 것도 이번 사건과 무관치 않다. 미국에서 적색 테러경보가 발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AP통신이 10일 전했다. 또 미 정부는 여객기에 음료수와 헤어젤, 로션 등 모든 종류의 액체 반입을 금지했다. 영국 정부가 이번 테러 모의에서 액체가 위험물질이었다고 알려 온 데 따른 조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인천공항도 검색강화… 물-로션등 반입금지▼

11일부터 미국과 영국행 비행기를 탈 여행객은 인천국제공항에 출발 예정시간 3, 4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 티케팅할 때 한 번, 탑승구에서 한 번, 모두 두 번에 걸쳐 짐을 검색하기 때문이다. 공항 전체의 보안검색 수위가 높아져 타 지역 여행객도 수속을 서둘러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영국에서 사전 발각된 비행기 테러 기도의 여파로 영국행은 물론 당초 테러범들의 공격목표였던 미국행 승객들도 불편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영국행 여행객은 기내에 면세점에서 구입한 술 등 액체류와 로션 샴푸 헤어젤 심지어 치약도 갖고 들어갈 수 없다. 다만 화물칸에 실을 짐에는 액체류를 부칠 수 있다. 신발은 100% 검색한다. 단 유아와 동반했을 때 필요한 우유, 주스, 탑승권의 승객 성명과 일치하는 이름이 적힌 의약품, 인슐린 등 처방전이 없이도 탑승객에게 필요한 중요 약품은 예외로 인정된다.

그간 짐은 몇 개만 샘플로 열어서 검색했지만 11일부터는 미국과 영국행 짐은 화물칸에 실을 짐도 모두 개봉 검색한다. 기내에 반입이 가능한 트렁크를 갖고 탈 수는 있지만 비행기를 타기 전 탑승구에서 다시 한 번 가방을 열어야 한다.

현지 입국절차에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히스로 공항 당국은 승객들이 소지한 모든 물품과 신고 있는 신발에 대해 수작업 검사와 X선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행 승객에 대해서는 탑승 게이트에서 2차 보안검색을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측은 히스로 공항의 보안검색이 강화돼 영국 입국시간이 평소보다 1∼3시간 더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항공 런던지점 도영수 씨는 이날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여객기와 화물기 모두 정상 운항에 지장이 없는 상태”라며 “하지만 영국 당국에서 약품과 콘택트렌즈, 아기용품 등 최소한의 필수품을 제외하고 기내에 물품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아시아나항공 런던지점의 안진호 공항서비스지점장은 “런던발 인천행 비행기를 이용할 승객들에게 사전 연락을 통해 반입금지 품목 등 주의 사항을 알려주고 짐을 미리 부치도록 해 탑승 수속 시간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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