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나키 쓰요시 “진짜 침몰하면… 한국으로 도망갈래요”

  • 입력 2006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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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일본침몰’에서 심해 잠수정 조종사 역할을 맡은 구사나키 쓰요시. 사진 제공 올댓시네마
영화 ‘일본침몰’에서 심해 잠수정 조종사 역할을 맡은 구사나키 쓰요시. 사진 제공 올댓시네마
“오시느라 더우셨죠. 무척 감사드립니다. 요새 한국어 공부를 안 해서 실력이 떨어졌어요. 감독님도 한국어로….”

4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 긴자(銀座)의 한 영화 시사실. 보름 만에 일본에서 200만 명의 관객을 기록한 화제작 ‘일본침몰(日本沈沒)’의 주연배우인 구사나키 쓰요시(32) 씨는 자신보다 두 배 가까운 육중한 체구의 히구치 신지(41) 감독을 한국말로 소개했다.

히구치 감독은 “저도 유창하게 한국어를 하고 싶지만, 한국과의 인연은 아쉽지만 김치랑 불고기밖에 없다”고 일본어로 답했다.

한국에서는 ‘초난강’으로 널리 알려진 구사나키 씨는 “곧 개봉될 한국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일본어 선생님으로 출연했다”며 “데뷔 15년을 맞은 5인조 아이돌 그룹 ‘Smap’의 멤버로 활동하느라 바쁘지만 한국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내 소원이었다”며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과시했다.

‘일본침몰’은 1973년 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기록한 동명 영화를 33년 만에 리메이크한 작품. 2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고 1500여 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됐다.

“사실 일본이 침몰한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거의 없어요. 만약 영화처럼 일본이 침몰한다면 전 한국으로 도망갈 것 같아요.”

31일 한국에서 개봉되는 이 영화는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누리꾼들 사이에서 일찍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일부 누리꾼은 “영화가 실제로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영화의 흥행이 오히려 한국에서 일본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그는 웃으며 “한국이 부럽다”고 받아쳤다.

“지진, 화산으로 일본인들은 늘 불안감을 안고 살아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 재난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에 대한 애정입니다. 아비규환 속에서도 가족, 애인, 친구 사이의 애정은 살아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히구치 감독은 “할리우드 재난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동양인들이 주인공이 되어 재난에 대처하는 모습, 감정 변화 등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상영된다고 하니 ‘더 잘 만들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며 “언젠가 한국에서도 리메이크작이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도쿄=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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