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포도주 국치일’…시음대결서 캘리포니아産에 또 패배

  • 입력 2006년 5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프랑스 와인이 30년 전 미국 와인에 진 치욕을 갚기는커녕 더 큰 수치를 당했다.

‘파리의 심판’이라고 불린 세기의 와인 시음 대결 30주년을 기념해 24일 영국 런던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내파밸리에서 동시에 열린 재대결. 보르도산 레드와인은 이번에도 캘리포니아산에 패했다.

결과는 30년 전보다 더 나빴다. 당시는 1위를 캘리포니아산에 내주긴 했지만 2∼4위는 보르도산이 차지했다. 이번에는 1∼5위를 모조리 캘리포니아산에 내줬다.

1976년 5월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오직 프랑스인들만’ 참가한 가운데 와인 대결이 열렸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와인의 종주국 프랑스가 패배한 것이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이를 ‘파리의 심판’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보르도의 귀족’ 메도크 지방의 그랑 크뤼급(최고급) 와인 중 1등급 2개와 2등급 2개가 출전했고, 등급 구분이 없는 미국에서는 맛으로만 평가받아 온 캘리포니아의 최고급 와인이 출전했다. 프랑스 4개, 미국 6개로 한 것은 프랑스 와인에 대한 예우였고 선정된 와인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

이번 대결도 당시와 똑같은 포도밭, 똑같은 수확연도의 와인을 대상으로 해 역시 상표를 가리고 실시됐다. 이미 30년이 넘은 와인들이다. 이번에는 보르도산이 유리할 것이란 예측이 적지 않았다. 보드도산은 수명이 길수록 품질이 좋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

9명의 심판진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으나 30년 전과는 달리 프랑스인으로만 구성되지는 않았다. 휴 존슨, 마이클 브로드벤트, 잰시스 로빈슨, 스티븐 스퍼리어 씨 등 저명한 영국인 와인비평가와 프랭크 프리얼 뉴욕타임스 와인칼럼니스트가 참여했다. 프랑스인으로는 파트리샤 갈라게르 르 코르동 블뢰 요리학교 와인책임자, 장 미셸 발레트 로버트몬다비 양조책임자, 미셸 베탄, 크리스티앙 바네크 씨 등 와인비평가가 참여했다.

하지만 결과는 더 큰 충격이었다. 캘리포니아산 리지 몬테 벨로(수확연도 1971년)가 2위와 현격한 점수차로 1위를 차지했다. 보르도산으로는 샤토 무통 로칠드(1970년)가 최고였는데 6위에 불과했다.

30년 전과 이번 시음에서 모두 심판을 본 바네크 씨는 “내가 프랑스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번에는 그들이 날 죽이려고 할지 모른다”며 충격을 표시했다.

br clear=all>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