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만의 친서’ 신선한 충격

  • 입력 2006년 5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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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먹고 알 먹기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8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낸 데 대한 일부 서방 언론의 반응이다. 특히 워싱턴포스트(WP)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이란 핵 문제 해결의 새로운 해법을 제안해 세계 언론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고 평가했다.

페르시아어로 된 18쪽의 친서를 통해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평소 부시 대통령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원 없이 했다.

우선 이라크전과 관련해 “대량살상무기(WMD)가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만으로 한 나라가 점령되고, 10만 명의 사람이 죽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WMD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고 비꼬았다.

심지어 그는 “이라크전쟁에 투입한 돈을 가난을 해결하는 데 썼다면 세계에서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 입지가 훨씬 좋아졌을 것”이라고 훈수까지 했다.

이스라엘 건국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던졌다. 그는 “600만 명의 유대인이 학살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렇다고 중동에 유대인 나라가 세워지는 것을 지지해야 하는가”라며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지금까지 이란 정부가 해 왔던 주장을 되풀이한 내용이지만 이란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서방 언론들은 ‘대통령의 친서’를 호의적으로 다뤘다. 1979년 테헤란 미 대사관 인질 사건 이후 27년 만의 친서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칭찬’하기까지 했다.

WP는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새로운 제안이 없다”며 일축했지만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지금까지 받은 것보다 훨씬 긍정적인 주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도 문제의 서한을 ‘비범한 전환’이라고 평가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서한이 새로운 외교적 활로를 열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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