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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5월 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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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률이 공개되자 베이징 부동산 시장은 곧바로 얼어붙는 분위기다. 지난달 말 현재 신축 중인 아파트 가운데 10만9106채가 분양되지 않아 미분양률이 59.1%(면적 기준)에 이른다.
완공 뒤 분양한 아파트의 미분양률은 65.7%나 된다. 관영 신화통신의 인터넷판인 신화왕(新華網)까지 부동산 거품 붕괴 가능성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70∼150평형대 고급 아파트를 중심으로 너도나도 ‘묻지 마’ 투자에 뛰어들었던 한국인 투자자들의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인의 중국 부동산 투자는 2001년 73만 달러에서 지난해 3134만 달러로 폭증했다. 올해도 3월까지만 1947만 달러를 투자했다. 개인투자는 대부분 신고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투자액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S부동산 김지상(金志相) 사장은 “중국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 가운데 당국에 신고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신고 금액은 전체 투자금의 1∼2%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개업자는 “한국인이 전체 물량의 10∼20%를 산 아파트 단지도 더러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인들의 투자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上海) 박람회를 감안할 때 중국의 부동산 가격이 당분간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편승해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중국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 선샤오밍(瀋曉明) 부주임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지난달 27일 대출 금리를 전격적으로 인상하고 은행 대출을 억제하면서 부동산 거품 잡기에 나선 상황.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국의 부동산 대출은 3조700억 위안(약 368조4000억 원)에 이른다. 1997년 대출액(200억 위안)의 153배 수준이다.
주중 한국대사관 신봉길(申鳳吉) 경제공사는 “건설부가 아파트 분양 현황을 인터넷에 공시하라고 한 것은 과열된 부동산 경기가 한꺼번에 꺼지는 것을 막고 연착륙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신 공사는 “60%가 미분양인데도 마치 95% 이상 분양된 것처럼 부동산 업자들이 농간을 부리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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