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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4월 2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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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上海) 고등법원은 21일 가짜 루이비통 핸드백을 판매한 유통회사 롄자차오스(聯家超市)에 “30만 위안(약 3600만 원)을 루이비통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베이징(北京) 고등법원도 17일 이 핸드백의 모조품을 판매한 차오와이(朝外) 남성구매중심 유통점에 15만 위안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訪美)에 맞춰 내린 듯한 이 판결들은 ‘짝퉁(모조품)의 천국’으로 불리는 중국에서는 이례적인 것이다.
중국은 2001년 12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지적재산권 보호를 약속했다. 그러나 중국 법원은 소송이 들어오면 ‘지연 작전’으로 일관해 왔다. 소송이 보통 3∼5년씩 걸려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사정을 잘 알기 때문인 듯 지난해 법원에 제기된 1만3424건의 지적재산권 소송 가운데 외국 기업이 낸 것은 겨우 3.3%에 불과하다.
그러나 상하이 고법의 판결은 소송 접수부터 4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판결 내용도 매우 긍정적이다.
롄자차오스와 루이비통의 싸움에서 쟁점은 상표권 침해와 유통점의 가짜 상품 판매 방지를 위한 ‘주의 의무’ 이행 여부, 배상액 규모 등 3가지.
회사 측은 일부는 상표권 침해라기보다는 유사 상표이고 일주일에 3만6000여 종의 물건이 들어오는 상황에선 개별검사가 어려우며, 또 팔린 물건이 37개뿐이라는 점을 들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루이비통이 요구한 배상액을 40% 깎아 줬을 뿐 루이비통의 손을 들어줬다.
중국 언론은 “중국 정부의 지적재산권 보호 의지를 보여 준 것”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세계 기업들은 아직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세계 짝퉁의 80∼90%를 생산하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짝퉁과의 전쟁’에 나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프랑스의 루이비통과 미국의 스타벅스 등 세계 유명 브랜드의 일부 승소를 선전용으로 한 차례 이용하고 넘어가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향후 움직임을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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