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태, 좌우 정면대결 국면으로

  • 입력 2006년 3월 21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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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고용법안을 둘러싼 프랑스 정부와 학생, 노동계의 대립이 좌우 정면대결로 확산되고 있다.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는 20일 최초고용계약(CPE)법안에 반대하는 학생, 노동계 및 좌파의 요구에 굴하지 않고 법안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법안에 반대하는 세력은 이에 반발해 28일 전국 총파업과 대규모 시위를 전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특히 대규모 시위에 눌려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우파 보수 진영이 드 빌팽 총리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하면서 이번 사태는 좌우 정면충돌 국면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좌우 정면충돌=20일 드 빌팽 총리와 모임을 가진 기업인 24명은 CPE에 대한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회동에 참석한 한 기업인은 "CPE를 도입하지 않으면 젊은이들로선 일자리 얻을 기회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젊은이들이 현상 유지를 바라는 한 취업은 기대하지 말라는 경고인 셈이다.

필립 두스트 블라지 외무장관은 이날 "유럽의 다른 나라도 CPE와 비슷한 법을 갖추고 있다"면서 드 빌팽 총리를 두둔했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CPE는 피할 수 없는 개혁 조치"라며 새 법안을 지지했다.

반대 세력도 기세를 올리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제1서기는 이날 "CPE가 강행 실시되더라도 내년 대선에서 사회당이 집권하면 법안을 파기하겠다"고 공언했다.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 로랑 파비위스 전 총리를 비롯해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세골렌 루아얄 의원 등도 "현 정부의 실정으로 실업난이 심각해졌는데도 정부는 젊은이들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학생 시위가 성공 조짐을 보이자 좌파 정치인과 노동계가 편승하려 한다'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좌파 정치권과 노동계는 법안 반대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학생내분 조짐=학생들도 좌우로 갈라져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수업 중단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우파 학생단체를 중심으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

19일 파리 시청 앞에서는 수백 명의 학생이 학교 폐쇄 조치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시위를 주도하는 학생들은 CPE에 반대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민주주의의 가치에 흠집을 냈다"고 비난했다. 휴업 찬반 투표가 전체 학생의 뜻을 대변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봉쇄된 학교 구하기'라는 모임을 중심으로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 주장을 전파하고 있다.

우파 대학생단체인 위니(Uni)는 더 나아가 "CPE는 일자리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치인데도 혁신에 반대하는 좌파 진영이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주에는 극우파 학생들이 CPE에 반대해 농성을 벌이던 학생들을 공격해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의 절대 다수는 CPE에 반대하는 쪽이다. 대학생은 물론 고등학생까지 시위 진영으로 모여들고 있다. 고등학생 단체인 피들(Fidl)은 자신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학생들이 급속히 집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고등학생연합(UNL)은 "정부의 이번 법안은 우리 세대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학교 휴업 사태는 대학교에서 고교로 확산되고 있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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