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부하직원 괴롭히다 법정 간다

  • 입력 2006년 3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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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를 필요 이상 큰 목소리로 꾸짖거나 무리하게 술자리에 끌고 간다.’

‘일을 주지 않거나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떠안긴다.’

이 같은 경향이 있는 일본의 직장상사들은 앞으로 소송을 각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부하 괴롭히기(power harassment)’가 성희롱(sexual harassment)보다 더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쿄(東京) 도 노동상담정보센터가 지난달 도쿄 도에 있는 종업원 30명 이상의 기업 95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곳 중 1곳에서 ‘부하 괴롭히기’ 현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하 괴롭히기’가 직장 안에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는 응답도 유형별로 △필요 이상 큰 목소리로 꾸짖는다(2.2%) △인격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1.7%) △일의 실패나 업적 부진을 집요하게 추궁한다(1.6%)로 나왔다.

이는 성희롱 때문에 문제가 된 적이 있다는 응답보다 높은 수치라고 도쿄 도 노동상담정보센터는 설명했다. 성과주의가 확산되면서 ‘부하 괴롭히기’가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은 다른 기관의 조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도쿄 도 산업노동국과 오사카(大阪) 부 종합노동사무소에 2004년 한 해 동안 접수된 관련 상담건수는 각각 6년 전과 4년 전의 2배인 4012건과 797건이었다.

종전에는 ‘부하 괴롭히기’로 문제가 생기면 직장에서 조용히 해결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제는 법정다툼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도로공사업체인 마에다도로 에히메(愛媛) 현의 A 영업소장이 2004년 9월 “능력이 없다”, “회사를 그만두라”는 등 상사의 폭언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A 소장의 부인은 이 사건을 노동당국에 제소해 노동재해로 인정받은 데 이어 9일 회사 측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지난달 1일에는 나가사키(長崎) 현 사세보(佐世保) 시립종합병원의 전 직원인 30대 여성이 상사에게서 괴롭힘을 당했다며 660만 엔(약 56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일본 변호사계도 노동전문가 등과의 세미나를 통해 ‘부하 괴롭히기’에 대한 법률적 개념을 다듬는 등 본격적인 소송 수임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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