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련계 오사카朝高 日고교축구 8강… 기적의 연속

  • 입력 2006년 1월 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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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뤘습니다”오사카조선고급학교 축구팀 강민식 감독이 강호 구니미고를 1-0으로 누른 뒤 몰려든 일본 보도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치하라=천광암 특파원
“꿈을 이뤘습니다”
오사카조선고급학교 축구팀 강민식 감독이 강호 구니미고를 1-0으로 누른 뒤 몰려든 일본 보도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치하라=천광암 특파원
‘오사카(大阪)조선: 구니미(國見).’

전광판을 바라보는 오사카조선고급학교 강민식(35) 축구팀 감독의 가슴속 한구석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목젖을 타고 올라왔다.

고교 2년생이던 18년 전 그는 오사카조고 축구선수였다.

그의 팀이 뛸 수 있는 것은 연습경기뿐이었다. 일본 교육 당국이 총련계 민족학교의 전국대회 출전을 인정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년은 부러웠다.

‘저런 팀과 한번 싸워보기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전일본고교축구선수권대회 7번째 우승컵을 노리는 구니미고는 과연 강호였다. 공은 오사카조고의 진영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초고교급 구니미고의 날카로운 공격은 오사카조고의 골문을 쉴 새 없이 위협했다.

하지만 전반전을 마치고 벤치로 돌아오는 베스트11의 얼굴은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다.

“구니미는 챔피언이고 우리는 도전자다. 전반전만 비기면 초조해진 구니미가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경기 전 강 감독의 당부를 선수들은 되새김질하고 있었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구니미고 선수들의 몸놀림에서 언뜻언뜻 초조감이 내비쳤다. 반면 오사카조고 선수들의 움직임에는 힘과 자신감이 넘쳤다.

오사카조고 응원석에서 터져 나오던 아쉬운 탄성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2차전에서 나란히 한 골씩을 넣은 박치선-양정성-양태웅 삼각편대가 적진 깊숙한 곳에 일렬 횡대로 날개를 폈다.

현란한 드리블로 오른쪽 빈구석을 파고든 박치선 선수의 센터링을 받아 양정성 선수가 슛. 공은 골키퍼를 맞고 튀어나왔지만 기다리고 있던 양태웅이 구니미고의 골대에 다시 차 넣었다.

응원석에서는 2000명이 일제히 뛰어 일어났다. 응원 북을 치던 여학생의 눈은 눈물 범벅이 됐다. 북소리도 조금씩 흐느꼈다. 응원 구호는 ‘골 지켜, 골 지켜’로 바뀌었다.

후반을 5분 남겨 놓은 구니미고 선수들은 안간힘을 다해 반격에 나섰지만 본선에서 한 골도 허락하지 않은 오사카조고의 ‘철벽 수비’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승리까지 파죽의 3연승으로 8강에 오른 오사카조고의 축구팀은 4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시가(滋賀) 현 대표인 야스(野洲)고를 상대로 4강 신화에 도전한다.

이치하라=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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