少林寺 변신… 四合院 열풍… 세계로 향하는 中 전통문화

  • 입력 2005년 12월 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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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수련중국 소림사가 과감히 ‘속세’로 뛰어들었다. 이 절의 스융신 주지(가운데)는 컴퓨터로 세상과 접속한다. 그는 “우리가 나서서 알리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에 대해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LA타임스
인터넷 수련
중국 소림사가 과감히 ‘속세’로 뛰어들었다. 이 절의 스융신 주지(가운데)는 컴퓨터로 세상과 접속한다. 그는 “우리가 나서서 알리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에 대해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LA타임스
▼少林寺 변신▼

중국 쿵후(功夫)의 ‘성지’ 소림사(少林寺) 스융신(釋永信·40) 주지는 ‘승복 입은 최고경영자(CEO)’라 불린다.

안개 자욱한 산속의 절에 머물기보다는 운전사가 모는 지프를 타고 여행하거나 비행기로 세계를 누비고, 미국 할리우드 관계자들을 만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최근 그는 2500만 달러(약 250억 원)가 투입되는 16세기 쿵후 승려들의 활약을 그린 영화의 제작자로 나섰다. 또 쿵후 고수들을 대상으로 한 리얼리티 TV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오래전부터 소림사의 문을 활짝 열었다. 아직 중국에서 인터넷이 생소하던 1996년, 최초의 사찰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이어 제자들에게만 전승됐던 ‘비전(秘傳)의 무술’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또 ‘소림사 스타일’ 무술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절에만 틀어박혀 있던 승려들을 전 세계에 보냈다. 이제는 이들을 미국 라스베이거스 무대에 세우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LA타임스는 4일 소림사가 중국에서 일어나는 불교 부흥의 물살을 타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년간의 쇠퇴기 끝에 신흥 부유층의 증가와 영적 활동에 대한 이들의 갈망으로 인해 종교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사찰들도 포교와 신도 관리 등에 현대적인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는 것.

중국은 공식적으로 무신론을 채택하고 있지만, 종교 신자가 1억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신문은 시장 중심 경제를 향해 나아가는 중국처럼 소림사 역시 또 다른 대형 비즈니스 기회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돼지고기 소시지나 자동차, 무도학원이나 보안장비와 같은 다양한 상품이 ‘소림’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것.

소림사는 ‘브랜드 네임’을 지키기 위해 법인을 설립하고 상표권 분쟁에 대비해 변호사를 고용했다. 또 절을 잘 관리하기 위해 승려들이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수강하고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도 했다.

생활양식 및 추진하는 프로젝트들이 속세와 다를 것이 없다는 비판에 소림사 주지는 “과거를 지키기 위해 시대흐름을 쫓는 것은 죄가 아니다”라고 응대했다. 그는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승려”라며 “불교와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영화, TV쇼, 인터넷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四合院 열풍▼

中 전통가옥
중국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 가면 빨간색 대문의 ‘사합원’을 흔히 볼 수 있다. 1400∼1500년대 주로 세워진 사합원은 중앙에 정원이 있는 ‘ㅁ’자형 주택으로 풍수지리에 근거해 대문은 남쪽으로 나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과 유럽 부호들이 중국 전통가옥 ‘사합원(四合院)’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베이징(北京) 올림픽에 대비한 도시 재개발로 급속히 사라지던 사합원이 외국인의 수요 급증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세계적인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과 그의 중국인 부인 웬디는 베이징 쯔진청(紫禁城) 부근에 있는 사합원을 100만 달러(약 10억 원)에 사들였다. 제리 양 야후 설립자, 존 손턴 전 골드만삭스 사장, 조지 데보 매킨지 컨설팅 중국 대표도 구입 대상을 물색 중이다.

세계적인 부호가 아니더라도 웬만큼 돈이 있는 중국 거주 외국인들이 너도나도 도심의 서구식 고층 아파트에서 벗어나 변두리 중국 전통가옥으로 옮아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4일 보도했다.

베이징과 상하이(上海) 외곽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합원은 중앙에 정원이 있는 ‘ㅁ’자형 주택 양식. 명, 청나라 때 많이 지어진 사합원은 과거 중국 유력 가문의 저택이었으나 문화혁명을 거치면서 수십 개의 서민층 가구가 모여 사는 공통주택으로 변모했다.

미국이나 유럽의 재력가들이 사합원에 매료된 것은 도자기, 골동품 등 ‘관상(觀賞)’ 유물 수집 열풍이 한풀 꺾였기 때문. 이들의 관심이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살면서 느낄 수 있는 ‘체험형’ 유물로 옮아가고 있다는 게 중국 역사가들의 분석이다.

서구 재력가들은 수백 년을 거치며 낡아 허름해진 사합원을 개보수하는 데 수십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이들은 난방 및 하수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사합원을 외관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지하 주차장, 수영장까지 갖춘 초현대식 전통가옥으로 바꿔 놓고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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