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海가 死海로]<上>中 상하이-톈진 앞바다 실태

  • 입력 2005년 11월 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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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가 ‘죽음의 바다’로 변한 이유는 한국과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 때문이다.

양국은 비용 문제를 들어 오염물질의 상당 부분을 제거해 바다에 내보내는 고도처리시설 확충을 미루고 있다. 양국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이지만 어느 쪽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황해가 점점 죽어 가는 것이다.

▽자정 능력 잃은 황해=지난달 25일 중국 톈진(天津) 시 탕구(塘沽) 항 베이탕(北塘) 촌. 본보와 인하대의 공동조사팀은 이곳의 해양 오염이 상하이(上海) 앞바다보다 훨씬 심하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꽃게 등 해물을 주로 파는 베이탕촌 주변 식당은 음식 찌꺼기를 그대로 바다에 버렸다. 정화조를 갖추지 않은 화장실에서 나온 분뇨가 바다로 계속 흘러들었다.

탕구 항에서 10km 상류 쪽에 있는 100m 너비의 하천 융딩신허(永定新河)에서는 썩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어민 위안샹링(袁香玲·37) 씨는 “상류지역에서 계속 기름띠가 흘러내리고 일주일에 2, 3회씩 상류에서 방류를 하면 고기가 며칠간 사라진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환경보호총국에 따르면 식물 플랑크톤이 급감하면서 창장(長江)강 하구 인근의 저서종물 종수는 1980년 초의 20%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하이 화둥사범대 하구해안연구소 리다오지(46·李道季) 교수가 지난해 스웨덴 왕립과학지에 밝힌 ‘상하이 연안 해안의 해양오염 보고서’에 따르면 창장강으로 유입되는 해양오염의 주범은 공업 및 생활하수로 전체 유입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 내륙에서 강과 하천을 통해 황해 등 해역으로 유입되는 공업 및 생활하수와 농업하수는 연간 3억6700만 t에 이른다. 이중 남중국해로 나가는 9200만 t을 제외한 2억7500만 t가량이 직간접적으로 황해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어획량 감소 등 피해=오염물질의 유입으로 상하이 앞바다는 용존산소량(DO, 기준치 2ppm 이상)이 크게 떨어져 바다 생물이 생존하기 힘들다.

비가 많이 내려 담수량이 많아지는 7월에는 적조현상(식물성 플랑크톤의 이상번식)을 일으키는 지표인 ‘클로로필a 농도’가 제주도 앞바다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하이 인근 지역에 사는 가오위란(高玉蘭·42) 씨는 “지난해부터 어획량이 더욱 급감해 하루 종일 그물을 드리워도 물고기를 못 잡을 때도 있다”며 “어민 중 상당수가 이직했거나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베이탕 촌 어민들도 근해에 고기가 없어져 먼 바다에 나가 어종에 상관없이 모든 물고기를 잡고 있다.

조사팀의 김성준(金成俊·37·인하대 해양과학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상류에서 끊임없이 공장 폐수가 유입되면서 탕구 항 인근 해역에서는 바다 생물이 생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극적인 대책=공장 폐수와 생활오수가 뒤섞인 수십 개의 하천이 도시를 관통하는 츠시(慈溪) 시 시민들은 여름철에도 창문을 닫고 지낸다. 찜통더위만큼 참기 힘든 냄새가 코를 찌르기 때문.

한 주민은 “시 당국이 정화시설을 갖추겠다고 몇 년 전부터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주민 불만이 터져 나오자 정부가 2년 전부터 공단지대의 환경오염 관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톈진과기대 왕창(王昶·46) 교수는 “톈진 등 보하이 만의 생태계는 이미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현재 중국 당국은 해안가에 공장을 세우려면 오폐수 정화시설을 갖춰야 허가를 내주는 등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5년 초 미국의 환경감시단체인 월드워치연구소는 황해를 흑해(黑海) 다음가는 ‘제2의 사해(死海)’로 규정했다. 전문가들은 황해를 살리기 위해서는 한중 양국의 공조가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유엔환경계획(UNEP) 한국위원회 김재범(金宰範) 사무총장은 “유엔환경계획이 수차례 황해 오염의 심각성을 경고했으나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한중 양국이 오염물질 해양 배출에 관한 엄격한 환경기준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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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톈진=차준호 기자run-juno@donga.com

▼中어민, 전기그물로 물고기 싹쓸이▼

중국 상하이(上海) 푸둥(浦東) 인근 장싱(張興) 부두. 지난달 23일 취재팀을 안내한 중국 어민은 90t급 어선 위에 걸린 그물을 가리켰다.

보통 그물이 아니라 위쪽과 중간, 바닥 쪽에 고압선과 비슷한 굵기의 전기선을 매단 일명 ‘전기그물’이었다.

어민들은 “2km 길이의 그물을 바다에 넣은 뒤 순간적으로 수천 kW의 고압전류를 흘려 보내 바다 밑의 물고기를 잡는다”고 설명했다.

상하이 앞 바다가 오염돼 고기가 잡히지 않자 중국 어민들이 어획량을 늘리기 위해 전기그물을 사용한다는 얘기가 처음으로 확인된 것.

중국 어선은 자국 내 연안은 물론 한중 공동어로수역(제주도 남서쪽 200km 인근 해상)에서까지 전기그물을 이용해 조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 충격을 받은 물고기는 죽지 않더라도 신경계통에 이상이 생겨 발육을 멈춘다.

5t급 소형 어선을 갖고 있는 왕모(27) 씨는 “전기그물을 설치한 선박 때문에 우리처럼 돈이 없는 어민은 고기잡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중국 어민의 불법 어로 행위를 단속하는 해양경찰청 이성열 외사기획팀장은 “중국 어민이 전기그물을 사용하다 한국 해경에 적발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고 밝혔다.

전기그물 사용은 국제사회에서 금지돼 있다.

1995년 10월에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책임 있는 수산업에 관한 규범’에 따르면 바다에서의 조업 때 모든 연안 국가는 다이너마이트 독극물 등을 사용하거나 기타 파괴적인 조업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인하대 한경남(韓慶男·해양학과) 교수는 “중국 어민이 무자비한 방법으로 물고기를 잡는 것은 국제 규범을 어기는 행위”라며 “이들을 교육시켜야 할 중국 당국이 국제사회로부터 비난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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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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