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방화는 프랑스 전통? 매일 100여건씩 발생

  • 입력 2005년 11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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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에게 차량 방화는 ‘불꽃놀이처럼’ 익숙한 것이다.

이번 소요 사태 전에도 매일 밤 평균 100건 정도의 차량 방화 사건이 발생하는 게 오늘날의 프랑스라고 AP통신이 7일 보도했다. 특히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제야(除夜)에는 차량 방화 사건이 수백 건으로 치솟는다. 일간지 뤼마니테 2003년 1월 2일자는 “성실베스트르 축일(제야)의 차량 연쇄 방화는 이제 하나의 전통이 됐다”고 썼다. 지난해 제야에도 차량 방화 사건이 333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프랑스인은 차량 방화란 말에서 즉각 북아프리카 출신의 가난한 이민사회를 떠올린다. 차량 방화는 사회에 통합되지 못한 이민자들이 정부에 항의하고 사회적 관심을 끄는 데 이용하는 수단이다.

차량 방화는 보통 차를 훔친 후 증거를 없애기 위해 이뤄진다. 가난한 이민자 사이에서 차량 방화도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됐지만 점차 절도와는 관련이 없어졌다.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는 건물을 피해 주로 빈 차량을 태우는 것이므로 생명에 큰 위협을 주지 않으면서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특히 이민 2세 청소년들은 불을 지르는 데서 오는 묘한 쾌락에 빠져 거리낌 없이 모방 범죄에 뛰어들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방화를 소비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반항”으로 진단하면서 빈민지역으로 내몰린 소외 계층의 사회적 분노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차량 방화는 리오넬 조스팽 총리 시절(1997∼2002년) 이미 사회적 문제가 됐다. 당시 장피에르 슈벤망 내무장관은 ‘가까이 있는 경찰’이란 슬로건 아래 경찰력을 길거리 곳곳에 배치해 일부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경찰력을 배치하는 데 한계가 있는 교외에서의 차량 방화 범죄는 근절되지 못한 채 장피에르 라파랭 총리(2002∼2005년)를 거쳐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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