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모른 罪… 저같은 사람 다신 없기를”

입력 2005-11-07 03:06수정 2009-10-0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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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만데…”딸에게 보낸 편지
《프랑스 본토에서 약 7100km 떨어진 카리브 해 동부의 프랑스령 마르티니크 섬의 뒤코(Ducos) 구치소에는 한국인 여자가 수감돼 있다. 장미정(35) 씨. 장 씨는 밤만 되면 한국에 있는 어린 딸과 남편 걱정에 잠을 못 이룬다. 평범한 주부였던 장 씨는 남편 친구에게서 ‘물건’을 프랑스로 가져가 달라는 부탁을 들어 주다 프랑스 공항 세관에서 검거됐다. ‘물건’이 마약이었기 때문. 장 씨 사건을 통해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과 법의 무지가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 조명해 본다.》

“혜민아(가명)! 생일인데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다음 생일에는 꼭 같이 있자. 엄마가 혜민이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 엄마 절대 잊지 말고…. 알았지?”

마약사범으로 붙잡혀 1년 넘게 프랑스 구치소에 수감 중인 장 씨는 최근 딸 혜민이의 생일에 편지를 보냈다. 장 씨는 생일선물 대신 딸이 좋아하는 아기 곰을 편지지에 정성스레 그렸다. 혹시나 딸이 자신의 얼굴을 잊을까 남편 윤여송(46) 씨에게 “시간 나는 대로 내 사진을 보여줘”라고 신신당부했다.

장 씨의 악몽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소 자신을 형수라 부르던 조욱철(38) 씨가 집에 찾아와 “남미 가이아나에서 유럽까지 금광석 원석을 운반해야 하는데 1명이 옮기면 세금 문제가 있어 여러 명이 나눠서 갖고 들어와야 한다”며 ‘물건’을 나눠 운반해 줄 것을 부탁했다. 조 씨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며, 옮겨 주기만 하면 400만 원을 주겠다고 제의했다.

장 씨는 조 씨의 제안이 석연치 않았지만 카드빚 1000만 원을 조금이라도 갚아볼 요량으로 가이아나로 출국했다. 장 씨는 가이아나에서 현지인으로부터 여행가방 2개를 건네받고 프랑스행 비행기로 갈아탔다.

하지만 원석이 들어 있는 줄 알았던 가방에는 코카인 37kg이 들어 있었고 장 씨는 마약 운반 혐의로 프랑스 공항 세관에서 검거됐다.

장 씨의 이 같은 사연은 올 7월 검찰이 남미 마약조직과 연계해 마약 운반책으로 한국인 10여 명을 끌어들인 혐의로 조 씨 일당을 기소하면서 알려졌다. 이미 장 씨가 프랑스 구치소에 수감된 지 9개월이 지난 후였다.

주범 조 씨가 붙잡혔지만 장 씨는 프랑스령 외딴섬 뒤코 구치소에 1년 가까이 수감돼 있고, 아직 재판이 시작되지도 않았다. 프랑스에서는 마약사범에 대한 법 적용이 엄격해 구속 후 기소까지 최장 4년간 피의자를 수감할 수 있다.

장 씨는 최근 보낸 편지에서 “TV나 영화, 드라마에서 보던 일이 나한테도 일어날 줄 상상도 못했다”며 “돈 몇 푼 때문에 나 같은 사람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참회했다.

장 씨는 “하루라도 빨리 죗값을 치렀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변호사 한 번 제대로 만나지 못한 채 흘러가는 시간이 무섭다”며 “가족이 있는 한국 땅에서 수감생활을 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남편 윤 씨는 “엄마를 찾는 딸에게는 ‘프랑스에 공부하러 갔다’고 둘러댔지만 엄마가 전화 한번 하지 않는다고 칭얼대는 딸을 볼 때면 가슴이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근 검찰은 “수사 결과 장 씨가 조 씨에게 이용당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외교통상부를 통해 프랑스 검찰에 전달했다.

프랑스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내용이 반영돼 장 씨의 혐의가 마약 운반에서 마약 소지로 바뀌면 선고 형량도 낮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해외 한인수감자 국내이송 할수 있다▼

마약감시견 앞에선 안통해
내국인이 외국에서 마약을 소지하거나 운반하다가 검거돼 무거운 처벌을 받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마약인줄 몰랐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한국의 공항에서 마약감시견이 마약을 검사하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장미정 씨 가족은 ‘국제수형자이송법’에 작은 희망을 걸고 있다.

국제수형자이송법이란 외국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국민을 국내로 데리고 와 국내 교도소에서 나머지 형기를 복역하게 하는 제도.

한국이 새로 가입한 ‘수형자이송조약’의 가입 효력이 발효되는 이달부터 해외에 수감된 한국인 재소자들을 국내로 이송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 조약에는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유럽국가 등 59개 국이 가입했다. 조약에 가입한 나라에 수감 중인 한국인은 750여 명이라고 법무부는 밝혔다.

하지만 장 씨가 프랑스 법원에서 선고를 받는다 해도 바로 한국 이송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관계자는 “외교 경로로 수차례 의견 교환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해외 수형자의 국내 이송 신청에서부터 자격 여부 심사, 국내 이송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한국보다 먼저 이 조약에 가입한 일본의 경우 보통 재소자 이송까지 1년의 시간이 걸렸고 미국에서 이례적으로 신속히 절차가 진행된 경우도 6, 7개월이 소요됐다.

한편 마약범죄에 연루돼 수감 중인 한국인은 모두 15개 국, 96명에 달한다. 외교통상부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한나라당 이성권(李成權)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 수감된 한국인 마약사범이 30명으로 제일 많다.

일본이 25명, 미국이 1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태국 5명 등 동남아는 물론 캐나다 4명, 프랑스 3명 등 곳곳에 한국인 마약사범이 복역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마약사범에 대해 사형이나 무기징역 등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는 중국은 유럽 수형자 이송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중국은 2001년 마약 거래 혐의로 검거된 한국인 신모 씨를 한국 정부에 알리지 않은 채 사형을 집행하기도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유럽 수형자 이송조약 미가입국 가운데 일부 국가에 수감된 수형자의 인권을 고려해 국가 간 개별 협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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