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경제사회이사회, 조류 인플루엔자 첫 토론회

  • 입력 2005년 11월 5일 03시 04분


코멘트
《조류 인플루엔자(AI)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유엔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회가 3일 처음으로 열렸다.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과 세계 각국 대표들은 “AI가 재앙으로 번지지 않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토론회 내용을 소개한다.》

“AI가 대륙 간 전염병(pandemic·팬데믹)이 되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이미 2가지는 충족했다.”

“AI가 아프리카와 미국을 포함한 아메리카 대륙에까지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3일 ECOSOC 주최로 열린 ‘AI 특별토론회’에서 나온 전문가들의 경고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전문가들은 이날 “지금 국제사회가 행동하지 않으면 큰 재앙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우려되는 ‘AI 세계화’=마거릿 첸 WHO 팬데믹 담당 부국장은 어떤 질병이 팬데믹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에게 새로운 바이러스여야 하고 △인간에게 감염돼 질병이나 사망을 초래해야 하며 △인간끼리 쉽게 감염돼야 하는 등 3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AI 변종바이러스인 H5N1은 마지막 단계만 남겨 놓고 있다는 것.

그는 “과거 인류에게 치명적인 재앙을 초래했던 팬데믹이 모두 AI의 변종 바이러스에 의해 초래됐던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효과적 백신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루이 프레스코 FAO 연구담당 국장은 “닭이나 오리에게서 나타나는 AI를 막을 수 있다면 H5N1이 사람 간 전염병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낙관론을 표시하면서도 “최근 철새가 AI를 전 세계로 퍼뜨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프레스코 국장은 “철새가 이동하면서 아시아에서 발생했던 AI가 최근 유럽에서도 출현했다”며 “AI가 아프리카, 중동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에까지 퍼지는 ‘AI 세계화’는 시간 문제”라고 경고했다.

FAO에 따르면 AI가 발생한 것은 경제 발전으로 단백질 수요가 늘어나면서 닭과 오리 사육이 매년 5% 이상 급증했기 때문.

특히 180억 마리에 이르는 닭과 오리가 중국과 베트남 등에 밀집돼 사육되면서 치명적인 바이러스 변종이 발생했다는 것.

▽국제 공조가 가장 중요하다=이날 토론회에서 각국 대표들은 자국의 AI 대처방식을 소개하면서 국가 간 정보 공유를 비롯한 국제 공조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중국 대표는 “중국 정부는 AI 집중 발생국가들인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과의 공조를 긴밀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동안 중국 정부의 AI 대처 경험들을 다른 국가들과 공유하겠다”고 다짐했다.

말레이시아 대표는 “AI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백신의 대량 생산이 중요한데 개발도상국들은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제네릭제품(카피 약품)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등 지적재산권 조항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인도네시아의 대표는 “정부 차원에서 WHO와 공조해 별도 기구를 세워 AI에 대처하고 있다”며 “국민을 상대로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데이비드 나바로 유엔 AI 담당관은 “국경을 넘는 AI의 특성상 무엇보다 국제적인 공조가 제일 중요하다”며 “유엔은 앞으로 정기 토론회를 갖고 AI 대처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 동북부 랴오닝(遼寧) 성에서 지난달 26일 AI가 발생해 닭과 까치가 집단 폐사했다고 4일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이로써 중국에서는 불과 3주 만에 북부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중부 안후이(安徽) 성과 후난(湖南) 성에 이어 네 번째로 AI가 발생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홍콩 AI치료제 타미플루 파동…값 3배이상 폭등

AI 인체 감염 시 치료약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효과를 인정한 것은 스위스 로슈사가 생산하고 있는 타미플루(tamiflu)가 유일하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이 타미플루를 비축하려는 과정에서 심각한 공급 부족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일 AI 대책에서 치료약 확보에 12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할당하고 현재 갖고 있는 230만 명분의 타미플루 외에 내년까지 200만 명분의 타미플루를 더 비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인구 약 2억9500만 명의 1.5%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턱없이 부족한 양이라고 비난했다.

한국은 70만 명분을 비축하고 있고 내년까지 30만 명분을 더 사들여 100만 명분(인구의 2%)을 비축할 계획이다. 주문 폭주에 시달리는 로슈사는 3일 홍콩의 개인 병원과 약국에 타미플루 공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미국 캐나다에 대해서도 민간 공급을 일시 중단했다. 우선 각국의 정부 주문량을 맞추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홍콩에서는 최근 타미플루 품귀현상이 빚어져 1명분(10캡슐)의 소매가가 180홍콩달러(약 2만4000원)에서 600홍콩달러(약 8만1000원)로 거의 4배가량 치솟았다. 한국은 타미플루가 처방약으로 돼 있어 의사의 처방 없이 구입하기는 쉽지 않아 품귀현상은 빚어지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마르코스 키프리아누 보건담당 집행위원은 부족한 타미플루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3일 로슈사의 프란츠 후머 회장과 만나 “다른 나라의 제약회사가 라이선스 방식으로 생산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로슈사는 한국에서도 생산 가능업체를 찾고 있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밝혔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