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원료 넣어도 유기농산물?…美공화당 기준확대 법안 상정

입력 2005-11-03 03:07수정 2009-10-01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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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선진국 미국에서 먹을거리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유기농 식품의 기준 설정 문제. 최근 미국 의회에 유기농 식품 허용 기준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법안이 상정되면서 유기농의 정확한 한계를 놓고 대형 식품업체와 시민단체들 간에 뜨거운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정부지출 예산소위원회 소속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은 일부 화학재료를 사용한 유기농 제품에도 ‘농무부 유기농(USDA Organic)’ 인증을 허용해야 한다는 법안을 상정했다.

미 농무부는 1990년 제정된 식품안전법에 따라 천연재료와 유기농기준위원회(NOSB)가 승인한 일부 합성재료를 사용한 제품에만 유기농 인증을 허가해 왔다. 사용 승인을 받은 합성원료는 인체에 해가 없다고 판명된 38개 재료로 베이킹파우더, 펙틴, 아스코르브산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번에 상정된 법안은 소독·윤활 기능을 가진 10여 가지의 화학원료를 사용한 제품도 유기농으로 분류하자는 것. 2003년 크래프트, 맥도널드, 월마트 등 50여 식품관련 업체들이 설립한 유기농거래협회(OTA)가 이번 법안 통과를 위해 치열한 로비를 펼치고 있다. 캐서린 디마테오 OTA 사무국장은 “거의 검출되지 않을 정도로 소량의 화학약품을 첨가하자는 것”이라며 “화학재료 허용치를 조금만 늘려도 유기농 시장은 크게 활성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식품업체들이 유기농 기준 완화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유기농 시장이 거의 유일한 성장 분야이기 때문. 지난해 미국 전체 식품 매출은 1.6% 늘어난 반면 유기농 매출은 21% 급성장했다. 1997년 32억 달러 수준이었던 유기농 시장은 2004년 121억 달러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 4, 5년 사이 대형 식품업체들은 소형 유기농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유기농사업을 확대해 왔다.

OTA의 막강한 로비 덕분에 법안 통과 가능성이 커지자 소형 유기농업체와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월마트에 유기농 제품을 납품해 왔던 오르가닉 밸리의 조지 시미언 사장은 “가격을 20% 낮추라는 월마트의 압력을 견디다 못해 얼마 전 납품을 포기했다”면서 “식품업체들이 화학재료 사용을 요구하는 것은 가격대를 낮춰 소비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보건연구단체인 식품안전센터의 조지프 맨델슨 국장은 “이 법안이 통과되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식품업체들로부터 다른 화학재료도 허용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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