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정파 내일 대연정 회동

  • 입력 2005년 9월 21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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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승자를 가리지 못한 가운데 총선을 끝낸 독일 정치권에서 의석 과반수를 모아 정권을 ‘조립’하려는 정당 간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어느 쪽이 총리를 맡을 것이냐’는 신경전 때문에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이던 사민당과 기민련-기사련의 ‘대연정’ 카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다른 당과의 연정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사민당 소속의 오토 실리 내무장관은 “나침반의 바늘이 대연정 쪽으로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귄터 벡슈타인 바이에른 주 내무장관도 “선거 결과에 비추어 대연정이 당연한 귀결”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민당 관계자도 사민당과 기민련 지도부가 연정 협상을 위해 22일 회동할 것이라고 밝혀 이 같은 추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는 양당 중진들이 총선 이후의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은 기민련-기사련 연합과 사민당 간 대연정이라고 발언한 것과 때맞춰 나온 것이다.

양당 지도부는 한때 대연정보다는 다른 두 개 정당을 끌어들이는 방식의 연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념과 성향이 다른 정당을 끌어들여 불안한 연정을 구성하는 것보다는 정권 참여가 보장되는 대연정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프란츠 뮌테페링 사민당 당수는 선거 이전에 이미 대연정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으며 선거 이후에도 중진들의 대연정 선호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으로는 기민련-기사련과 자민당에 녹색당이 가세하는 이른바 ‘자메이카 연정’(3당의 상징색이 흑-황-녹으로 자메이카 국기 색깔과 같다는 데서 나온 용어)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녹색당 소속의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은 “앙겔라 메르켈 기민련 당수는 총리 직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며 기민련 주도의 연정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뜻을 시사했다.

녹색당과의 연정에 자민당을 끌어들여 적-녹-황의 이른바 ‘신호등 연정’을 이루고자 하는 사민당의 시도도 여태까지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 자민당의 구이도 베스터벨레 당수가 “실패한 정당(사민당)과의 연정을 거부한다”고 거듭 말하고 있기 때문.

한편 독일의 언론들도 총선 분석 보도를 통해 차기 총리에 대한 의견을 드러냈다.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메르켈의 총리 직은 시작도 하기 전에 물 건너갔다”고 지적했다. 슈피겔도 “메르켈 당수는 총리를 원하고 있지만 정치적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반해 베를리너 차이퉁은 사설에서 “슈뢰더 총리는 최면에서 깨어나면 이미 자신이 전(前) 총리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베를린=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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