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2위 석유수출국 러시아, 고유가에 ‘오일머니’ 벼락

  • 입력 2005년 9월 7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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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돈을 어디다 쓰지….”

배럴당 70달러를 넘나드는 고유가로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2위의 석유수출국인 러시아는 쏟아져 들어오는 ‘오일머니’로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뉴스위크는 최신호에서 “이런 러시아의 모습은 ‘검은(석유) 금시계’를 차고 거들먹거리는 거인 같다”고 비꼬았다.

1998년 외환이 바닥나 모라토리엄(채무 지급 유예) 선언까지 했던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7월 말 현재 1400억 달러를 넘어서 세계 5위에 올랐다. 석유업체들로부터 받은 수출세를 적립해 조성하는 안정화기금도 연말까지 520억 달러가 쌓여 국내총생산(GDP)의 7%에 이를 전망.

이 막대한 돈을 어디에 쓸지를 놓고 정치권과 정부 내에서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재무부는 “아직 외채가 1070억 달러 이상 남았고 갑자기 돈을 풀면 경제가 불안해진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언제까지나 고유가가 계속되리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먼저 외채부터 갚고 남은 돈은 ‘궂은 날’에 대비해 저축해 두자는 것.

그러나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뛸 것이라는 들뜬 기대까지 나오면서 벌써부터 돈 쓸 곳에 대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저소득층을 지원하자거나 산업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쓰자는 주장은 그나마 합리적인 쪽.

보리스 그리즐로프 하원의장은 엉뚱하게 “미국의 스타워즈 계획에 대항하는 우주감시체제를 구축하자”고 주장했다. 아예 전 국민에게 오일머니를 골고루 나눠 주자거나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한 출산장려자금으로 쓰자는 기발한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반면 막대한 오일머니가 몇몇 고위관리나 석유재벌의 주머니에만 들어간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사회투명성 조사에서 러시아의 부패가 오일 붐 이전보다 심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러시아 부자들의 행태도 화젯거리다. 청년 금융재벌인 안드레이 멜니첸코(33) 씨는 최근 미스 유고슬라비아 출신 신부를 맞아 남프랑스에서 일주일 동안 진행된 결혼식에만 3600만 달러(약 368억 원)를 썼다. 미국의 여성 팝스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에게는 결혼식 축가 3곡을 부른 대가로 360만 달러(약 37억 원)를 줘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는 12억 달러의 개인자산으로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러시아 부자 순위 30위에 올라 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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