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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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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기 속 협상 모색=당분간은 소강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금까지 이란이나 유럽·미국 모두 목소리는 컸지만 실제 행동은 극히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향후 협상의 문을 열어 두기 위한 제스처도 적지 않았다.
이란은 정제우라늄을 6불화우라늄으로 변환시키는 이스파한 공장을 재가동하면서도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 시설은 여전히 가동을 중단해 놓은 상태다. 유럽이 제출한 IAEA 결의안 초안에도 이란 핵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한다는 내용은 빠져 있었다.
사실상 협상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번 결의안을 “긍정적인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초까지도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는 유럽에 공공연히 반감을 표시해 왔던 자세에서 상당히 누그러진 모습이다.
따라서 양측은 모두 당분간 냉각기를 가지면 외교적 타협책 마련을 위해 암중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유럽 3국(영국 프랑스 독일)의 역할. 이란과 미국을 오가며 양측의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리는 유럽 3국의 중재 역에 시선이 집중될 전망이다.
▽긴장고조 후 극약처방=그러나 이란과 미국의 견해 차가 너무 크다는 점에서 협상을 통한 해결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미국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핵무기 개발 혐의를 벗을 수 없다는 생각을 거둘 기세가 보이지 않고, 이란으로서도 우라늄 변환 및 농축을 통한 ‘핵연료 주기’의 완성은 양보하기 어려운 국가적 최우선 과제이다.
이란은 협상 진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 시설의 재가동에 들어가며 긴장 국면을 조성할 것이고, 이럴 경우 유럽과 미국은 유엔 안보리 회부 카드로 대응할 공산이 크다. 물론 중국 등의 반대로 유엔 안보리 회부가 곧바로 이란에 대한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란 핵 문제는 위기 국면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미국의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군사적 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아가 미국보다 이란 핵 문제에 민감한 이스라엘이 대신 나설 수도 있다. 이스라엘은 이미 1981년 이라크의 핵 시설을 공중 폭격한 전례도 있다.
▽신뢰 회복이 핵심=이란과 미국의 대결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 이후 테헤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 이래 양국 관계는 불신과 대결의 악순환이 계속돼 왔다. 이란 핵 문제 역시 이런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이란이 “결코 핵무기 개발 의도가 없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신뢰 회복 조치를 취하고, 미국도 양국관계 정상화 같은 보다 구체적인 약속을 할 때 이란 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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