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반란의원 놔둘수 없다” 물갈이 착수

  • 입력 2005년 8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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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전매특허인 ‘깜짝쇼’ 정치가 일반 국민에게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 고이즈미 총리가 이른바 ‘반란 의원’을 겨냥해 칼을 뽑아들었다.》

▽‘공천 물갈이’ 착수=자민당 총재인 고이즈미 총리는 10일 우정민영화법안에 반대한 당내 중의원 의원 37명의 ‘공천 불가’를 거듭 확인하고 그 자리에 대항마를 내세우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중의원 표결 때 기권 또는 결석했던 14명에 대해서도 ‘죄질’을 따져 선별 공천하기로 했다.

그 신호탄으로 우정민영화법안 반대파의 선봉장이던 고바야시 고키(小林興起) 전 재무성 부대신의 아성인 도쿄(東京)10구에 여성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환경상을 출마토록 했다. 이에 고바야시 전 부대신은 “옛날 로마 황제가 처형자를 맹수와 싸우게 하고 즐긴 것처럼 자민당 후보끼리 싸우는 것을 즐길 셈이냐”고 비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우정민영화법안 반대를 주도했던 가메이(龜井)파의 수장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전 정조회장의 히로시마(廣島)6구,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전 우정상의 기후(岐阜)1구 등에도 대항마를 내세워 맞서기로 했다.

당내에선 반란지 37곳 모두 대항마를 내세우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적어도 반대파 수장들의 선거구 8곳은 호락호락 넘겨주지 않는다는 각오다. 고이즈미 총리 자신은 지역구인 가나가와(神奈川)11구 외에도 전국구에 중복 입후보할 계획이다.

이에 맞서 반란 의원들은 신당 창당은 포기했으나 이날 열린 우정사업 간담회에서 ‘진짜로 국민 본위의 정치를 실현하는 모임’이라는 정책모임을 발족하기로 결정하고 총선 레이스에 시동을 걸었다.

▽여론조사 지지율 급등=고이즈미 총리의 이벤트성 정치스타일에 일본 지식인 사회는 대체로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일반 국민의 반응은 달랐다. 중의원 해산 직후인 8일과 9일 아사히신문, 교도통신, 마이니치신문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고이즈미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

교도통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고이즈미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7월에 비해 4.7%포인트 올라간 47.3%로 나타났다. 우정사업 민영화에 대한 찬성 의견은 51.6%로 반대 의견을 앞질렀고, 중의원 해산도 ‘잘했다’라는 답이 54.4%로 ‘잘못했다’(35%)를 크게 앞섰다. 총선에서 표를 찍을 정당으로는 자민당이 37.4%로 민주당(22.8%)보다 월등히 높았다.

내각 지지율은 아사히신문 조사에서는 48%,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는 46%로 교도통신과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는데 7월에 비해 크게 상승한 수치다. 고이즈미 총리가 중의원 해산이란 승부수를 던지며 정국을 ‘개혁 대 수구’의 대결 구도로 몰아간 전략이 일단 주효한 모습이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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