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엔개혁 작전… 볼턴 유엔대사 임명으로 조직개편 유도할듯

  • 입력 2005년 8월 3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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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유엔본부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존 볼턴 (전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 유엔대사 내정자를 공식 임명한 1일 유엔본부 주변에서는 이런 말까지 흘러나왔다.

미국은 볼턴 대사 임명을 계기로 유엔 개혁 드라이브를 강도 높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유엔에 대해 ‘무능하고 비효율적인 조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볼턴 대사 본인도 과거 “지금과 같은 유엔 조직은 필요가 없다”며 ‘유엔 무용론’을 펼친 바 있다.

볼턴 대사는 임명장을 받은 직후 “우리는 유엔이 민첩하게 행동할 수 있는, 더 강하고 효율적인 기구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유엔을 뜯어고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했다.

부시 대통령이 민주당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의회 휴회 기간’을 이용해 볼턴 대사 임명을 강행한 것도 유엔 개혁을 서두르기 위해서 볼턴 대사의 추진력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반영하는 대목이다.

또 코피 아난 사무총장 후임으로 미국에 우호적인 사무총장이 선출되도록 유도해 나가는 일도 신임 볼턴 대사의 몫이다. 미국은 그동안 아난 총장에 대해 테러와의 전쟁 등에서 충분히 협조적이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해 왔다.

아난 사무총장은 “유엔의 중요한 개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오게 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다른 190개 유엔회원국이 함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해 유엔을 미국 뜻대로 움직이려는 부시 행정부의 시도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작 볼턴 대사의 유엔 개혁 역할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2일 미국 행정부 관리의 발언을 인용해 “이미 주요한 유엔개혁안은 정리가 끝났으며, 아난 사무총장과 주요 국가들과도 합의가 이뤄진 상태”라고 전했다. 주요한 유엔개혁안의 설계는 국무부가 주도하고 볼턴 대사는 이를 실행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는 뜻이다.

미국이 추진 중인 유엔 개혁은 △사무총장 산하 행정조직의 경량화 △유엔인권위원회를 다른 조직으로 대체하는 방안 △유엔민주화펀드 설립 △평화구축위원회 설립 △테러반대 조약 채택 등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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