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 강경파 당선]美와 核개발 정면충돌 예고

  • 입력 2005년 6월 27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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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민은 이슬람 강경보수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후보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의 승리는 강경보수파가 이란의 선출직(대통령 및 의회)과 비선출직 권력기관(혁명수호위원회)을 모두 장악했음을 뜻한다. 미국에 대한 이란 유권자들의 강한 거부감과 아랍권의 대미 정서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란 정부가 중동 정세에 미칠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뉴욕타임스는 26일 미 행정부가 핵 문제, 테러 단체 및 이라크 무장세력에 대한 지원 문제로 이란과 ‘긴장감이 감도는 아주 길고 뜨거운 여름날의 대결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과 미국의 관계=이란을 ‘악의 축’ ‘폭정의 거점’이라고 비난해 온 미국의 시각이 바뀔 가능성은 낮아졌다. 미국으로서는 선거를 통한 중동 지역의 민주주의 확산을 기대했지만, 이란 대선이 불투명하고 결함이 많은 데다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결과를 낳았다는 입장이다.

대선 투표 이전부터 이번 선거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비난한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이란은 전 세계에 테러를 퍼뜨리는 사람에 의해 통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 전문가인 이집트 작가 파메 호웨이디 씨는 “미국의 극단주의가 극단주의적인 이란 대통령을 탄생시킨 것”이라며 미국이 중동국가에 요구한 개혁 개방이 역풍을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핵개발 문제=7월 말 이란과 핵 문제를 협의할 예정인 유럽연합(EU)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 중단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란 핵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문제는 앞길이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 외신들은 아마디네자드 후보의 승리는 이슬람권의 극단주의를 부추기고 이란 핵 문제를 협상으로 해결하려는 EU의 노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아마디네자드 당선자는 26일 선거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전력 생산 등을 위해 원자력 기술이 필요하다”며 “EU와의 협상은 이란이 평화적 핵 기술을 추구할 권리를 강조하면서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 않아도 EU의 핵 포기 설득에 회의적인 미국의 부정적 시각은 한층 강화될 전망. 아마디네자드 당선자는 “미국이 이란에 대해 계속 적대정책을 견지하는 한 관계를 개선할 생각이 없다”고 분명히 못박았다.

부시 대통령의 한 측근은 이번 주 초에 “이란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우리는 이번 여름에 지구 양쪽 끝에서 동시에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이란과 북한을 겨냥한 것이다.

▽중동 질서=아마디네자드 후보의 압도적 승리는 이란 종교계의 용기를 북돋워 더욱 강경한 노선을 걷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선거운동 기간 일관되게 1979년 이란혁명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해 온 아마디네자드 당선자는 첫 연설에서 훌륭하고 발전된, 강력한 이슬람 사회 건설을 기치로 내걸었다. 대내외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나가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셈이다.

미국은 이에 우려하는 눈치다. 미군 관계자들은 이라크로 잠입하는 해외 테러범들이 이란 국경을 거쳐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 해들리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이란은 제1의 테러범 후원국”이라고 비난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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