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만장자들 “가자! 우주로”

  • 입력 2005년 6월 15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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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발사된 최초 민간 유인우주선 ‘스페이스십원’. 사진 제공 이코노미스트
지난해 6월 발사된 최초 민간 유인우주선 ‘스페이스십원’. 사진 제공 이코노미스트
미국의 백만장자 기업인들이 우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시험 비행에 성공한 최초의 민간 유인우주선 ‘스페이스십원’은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폴 앨런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계획이었다. 그가 운영하는 우주산업 벤처회사 ‘모하비 벤처’는 스페이스십원의 제작과 발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댔다. 무려 2000만 달러였다.

인터넷 서점으로 유명한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 회장도 알아주는 ‘우주광(狂)’. 우주선 제작사 ‘블루오리진’을 설립한 그는 올 초 텍사스 지역에 우주선 발사기지 터로 수만 평의 땅을 구입했다.

우주여행 사업에 뛰어든 기업인은 주로 첨단기술 분야 종사자들. 1960년대 미국이 우주개발 계획을 본격화했을 때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다. 이들이 기업인으로 성공한 뒤 두둑한 자금력을 무기삼아 우주여행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우주여행에 매달리는 것은 단지 어린 시절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사업이기 때문. 항공우주산업 컨설팅회사 푸트론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에는 연간 1만5000여 명의 승객이 우주여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시장 규모는 연 7억 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시험비행에 성공한 민간우주선 스페이스십원에 탑승하려면 1인당 10만 달러의 요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이미 앞으로 3년간 예약이 꽉 차 있을 정도다.

그러나 미 항공우주국(NASA)은 기업인들이 주도하는 ‘우주 러시’에 탐탁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이 추진하는 우주여행 산업은 안전장치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우주선을 이용해 10만 m 안팎의 상공까지 간 다음 몇 분 동안 무중력 상태를 체험한 뒤 돌아오는 ‘간이 여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업인들은 민간 우주산업이 발달하게 된 배경에는 NASA의 부실과 무능이 자리 잡고 있다고 반박한다. NASA가 수천억 달러를 쓰면서도 우주선 폭발사고가 반복되고 있을 뿐 아니라 보잉, 록히드마틴 등 몇몇 기업과만 거래해 비용 절감을 위한 경쟁이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인들은 “앞으로 본격화될 민간 우주산업이 기존 항공산업과 같은 규정을 적용받는다면 사업 인가를 받는 데 만 3년이 걸리고 수억 달러의 자금이 소요될 것”이라며 “우주여행 산업의 미래는 로켓과학 기술이 아니라 정부의 규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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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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