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으로 야권의 ‘대륙열(大陸熱)’을 제어할 방법이 없는 데다 그렇다고 섣불리 중국행에 편승했다간 민진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아 여권의 분열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론이 ‘국공(國共) 수뇌회담’에 호의적인 마당에 중국과의 대화를 계속 거부했다간 양안 화해의 주도권을 야권에 넘겨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국마저 중국 당국과의 대화를 종용하고 있어 이래저래 고민이다.
▽진퇴양난의 민진당=천 총통은 1일 남태평양 3개국 순방에 앞서 “중국 당국이 어떤 개인이나 정당을 선호하든 결국 대만 정부 및 집권당 지도자와 교섭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인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의 합의는 구속력과 실행력이 없는 만큼 결국 당국간 회담을 통해 양안 관계를 풀어가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천 총통은 또 “쑹추위(宋楚瑜) 친민당 주석과 전화 통화를 했으며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에게 내 메시지를 전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쑹 주석은 국민당의 롄잔(連戰) 주석에 이어 5일 1주일 예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후 주석과 수뇌회담을 갖는다.
그러나 양안 정상회담이 성사되기에는 상호 입장 차이가 너무 크다. 중국은 대만과의 대화에 ‘하나의 중국’ 원칙의 수용을 전제조건으로 걸고 있다. 롄잔-후진타오 간의 국공 수뇌회담도 “하나의 중국 원칙에 입각한 ‘1992년 홍콩 합의’를 견지하며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한 가운데 5개항의 합의를 이뤘다.
천 총통이 이를 거부하면 양안 정상회담은 성사되기 어렵다.
반면 천 총통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면 당내 강경파의 반발과 여권의 극심한 분열이 뒤따르게 된다. 대만 독립을 천명한 민진당의 강령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
특히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이 이끄는 급진 독립노선의 대만단결연맹과의 결별이 불가피해져 향후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민당에도 ‘양날의 칼’=롄 주석은 지난달 29일 후 주석과의 국공 수뇌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일단 국내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여론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대만 주요 언론들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만인의 60%가 롄잔-후진타오 회담이 양안 긴장 해소에 기여한 것으로 응답했다.
그러나 대만 독립파 인사들은 롄 주석을 ‘역사의 죄인’으로 규정하고 그가 귀국하면 공항에서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롄 주석의 이번 방중은 대만에서 태어난 본성인(本省人)과 중국에서 건너온 외성인(外省人) 간의 지역 갈등을 더욱 심화시켜 국민당에도 역풍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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