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르카위 코앞 놓쳐…미군, 트럭 6km 추격전 다리 지날때 탈출 몰라

  • 입력 2005년 4월 27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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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0일 이라크 수니삼각지대의 거점인 라마디. 평온을 되찾아 가고 있던 이곳에 돌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요르단 출신의 테러범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사진)가 비밀회의를 갖는다는 아주 믿을 만한 정보가 미군에 입수된 것. 자르카위는 그동안 김선일 씨 등 미국과 관련된 외국인 납치와 참수, 차량 폭탄 테러 등을 수없이 주도해 이라크 내 미국의 ‘공적(公敵) 1호’로 꼽혀 온 테러리스트. 그에게 걸린 현상금은 2500만 달러(약 250억 원)로 국제테러조직인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과 같은 액수다.》

이렇듯 요주의 인물이기에 미군은 626특수부대에 그의 체포 전담 임무를 맡겼고, 이 부대는 이날 자르카위의 비밀회의 개최 정보를 전달받자마자 긴급 출동했다. 라마디의 주요 길목을 장갑차로 차단하고 물샐틈없는 검문검색을 시작했다. 미 공군의 무인정찰기 프레데터도 여러 대 출격해 라마디 인근의 움직임을 감시했다.

마침 한 검문소에 승용차 한 대가 접근했다. 미군의 검문이 시작되자 800m 뒤에서 따라오던 픽업트럭 한 대가 방향을 틀더니 정반대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자르카위다.’

자르카위가 탔다고 직감한 특수부대원들은 픽업트럭을 쫓아 5∼6km 추격전을 벌였다.

그러나 미군이 픽업트럭을 따라잡았을 때 자르카위는 보이지 않았다. 운전사와 경호원, 현금 10만여 달러(약 1억 원) 등만 있을 뿐이었다. 자르카위가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노트북 컴퓨터에서는 최근의 자르카위 사진만 찾아낼 수 있었다. 미군은 나중에 픽업트럭이 다리 밑을 지날 때 자르카위가 뛰어내려 숨어 있다 피신한 사실을 알고 땅을 쳤다.

미 ABC방송은 26일 미군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당시 미군이 자르카위를 체포 일보 직전에 놓쳤다고 전했다. 주도면밀한 자르카위가 승용차를 정찰대로 앞서 보내 미군의 검문 여부를 확인한 것이다.

자르카위는 지난해 10월에도 이라크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렸으나 이라크 민간인으로 행세하며 유유히 빠져나갔다. 2003년에도 그는 두 차례나 미군의 코앞에서 사라졌다. 미군은 그의 은신처로 알려진 곳을 몇 차례 공중 폭격하거나 미사일로 공격했지만 헛수고였다.

ABC방송은 “일부 미 관리들은 자르카위에게 미군의 정보를 제공해 주는 첩자들이 있다고 의심한다”고 전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26일 브리핑에서 “자르카위는 도주하고 있으며 극단적 테러범의 삶은 편치 않다”고 말했다. 자르카위의 행동 반경이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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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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