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EU상의회장 “한국의 동북아 허브전략은 구호뿐”

  • 입력 2005년 4월 6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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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스 함프싱크 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 회장이 6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함프싱크 회장은 이날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많이 했다. 박영대 기자
프란스 함프싱크 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 회장이 6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함프싱크 회장은 이날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많이 했다. 박영대 기자
“몇몇 경제자유구역을 만든다고 해서 중국으로 갈 돈이 한국으로 방향을 틀지 않는다. 한국 전체를 자유무역지대로 탈바꿈시키지 않으면 동북아 허브 프로젝트는 ‘임시변통(ad-hoc)’에 그칠 것이다.”

프란스 함프싱크 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회장은 6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동북아 경제중심 정책’을 혹평했다.

그는 ‘2005년 EUCCK 무역장벽 백서’ 발간과 함께 열린 기자회견에서 “해마다 한국의 무역장벽이 높다며 300쪽짜리 두꺼운 보고서를 내놓지만 이 가운데 75%는 지난해 내용을 그대로 베낀 것”이라며 과감한 규제개혁을 요구했다.

▽“말로만 동북아 허브 되나”=함프싱크 회장은 “우리는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한 진정한 의미의 장기 프로젝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의 동북아 허브 전략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쏟아냈다.

그는 “중국은 많은 도시에 경제자유구역을 거느리고 있으며 뛰어난 유치 조건과 강력한 경제성장, 저비용 혜택 등으로 외국 투자가들에게 매력적인 곳”이라며 “한국이 몇 개 경제자유구역을 연다고 해서 중국으로 들어갈 투자자금이 한국으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싱가포르나 두바이처럼 나라 전체가 자유무역지대로 탈바꿈해야 중국의 경쟁력에 맞서 동북아의 ‘자유무역 허브’로 만들 수 있다”면서 “그동안 한국 정부에 많은 권고를 했지만 오로지 한 가지 방법만 고집하고 우리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규제 풀어 달라”=주한 유럽기업인들은 한국 정부의 규제정책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함프싱크 회장은 “한국은 관료주의에 젖어 있고 정부 부처 간 협력과 조정이 부족하다”면서 “규제의 문제점을 7, 8년 동안 계속 얘기했지만 한국 정부의 대응은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정부와 싸우자고 이런 백서를 내놓는 것은 아니지만 매년 같은 내용을 갖고 얘기할 정도로 한국 정부의 대응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산업별 규제개혁 주문=기자회견장에는 함프싱크 회장뿐 아니라 EUCCK 산하 항공우주 물류 자동차 은행 등 8개 위원회 위원장들이 참석해 한국에서 기업하기 어려운 상황을 호소했다.

이들은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자동차 배출가스 자가진단장치(OBD) 시스템 부착 의무와 외국계 금융기관 계열사 간의 관리업무 공유 불가, 기능성 화장품의 광고 제한 등에 대한 규제를 풀어달라고 주문했다. 또 위조약품 유통에 대해 한국 정부가 대책을 강구하고 연결납세제도 도입으로 조세부담을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통상교섭본부는 “타당한 제안에 대해선 정책에 반영할 방침이며 EUCCK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은 충분히 설명해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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