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유엔 ‘길들이기’ 나섰나…강경파 존 볼턴 유엔대사에 지명

  • 입력 2005년 3월 8일 18시 27분


코멘트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대표적인 강경파로 불리는 존 볼턴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이 7일 유엔 주재 미국 대사에 지명됐다. 볼턴 대사 지명자는 유엔의 역할과 비효율성을 비판하고 북한, 이란, 중국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거듭해 온 인물. 그 때문인지 워싱턴 정가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부시 행정부의 ‘볼턴 유엔대사 카드’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그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그는 강인한 외교관이며 강력한 성공 기록뿐 아니라 ‘다자주의’를 효율적으로 수행해 온 업적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어 “미국은 강력한 발언권을 가진 최고의 외교관을 유엔에 파견해 왔다”면서 진 커크 패트릭,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 핸 전 유엔대사를 언급했다.

볼턴 지명자도 ‘다자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나는 효율적인 다자외교를 지지하는 사람이며 의회와 긴밀히 협력해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볼턴 지명자에게는 ‘유엔 개혁’의 임무가 주어진 것 같다. 이라크전쟁을 치르면서 유엔의 견제에 시달려 온 부시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유엔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러와의 전쟁, 그리고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방지에 효율적인 조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출범 이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핵심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지금 같은 유엔의 역할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볼턴 지명자는 60여 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한 PSI훈련의 실무책임자였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도 “대통령은 유엔이 세계를 더 안전하고, 더 나은 장소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부시 대통령이 유엔 개혁을 위해 볼턴 차관을 대사로 지명했음을 시사했다.

공화당에 각종 이론을 제공해 온 미국기업연구소(AEI) 부소장 출신인 볼턴 지명자는 니컬러스 에버슈타트 AEI 연구원과 함께 ‘북한의 종말’이란 책을 쓴 인물. 그는 2003년 9월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이 책을 보여 주며 “이것이 우리의 정책”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민주당 인사들은 볼턴 지명자가 대단히 지적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판단력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실망스러운 선택”이라는 반응을 보여 상원 인준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조지W 부시 행정부의 유엔주재 미국대사
재임 기간학력주요 경력주요사항
존 니그로폰테2001년 9월∼2004년 5월예일대 졸업온두라스, 필리핀, 멕시코 주재 미국 대사 거친 직업외교관이라크 민정이양 후 초대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 거쳐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존 댄포스2004년 7월∼2005년 1월프린스턴대, 예일대 법대 졸업미주리 주 3선 상원의원미국 강경파와 갈등으로 취임 6개월 만에 사임
존 볼턴2005년 3월∼예일대 법대 졸업미국기업연구소(AEI) 수석부소장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실무책임자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