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황유성]후진타오의 ‘좌향좌’

  • 입력 2005년 2월 28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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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올해 들어 공산주의 이념교육의 태풍에 휩싸인 느낌이다. 런민(人民)일보와 국영 중앙방송(CCTV)을 비롯한 관영 언론들이 2월 1일부터 ‘불멸의 금자탑(永遠的 豊碑)’이라는 제목으로 초기 공산주의자들의 생애를 매일 1명씩 연재로 내보내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연재물을 대표 집필하고 있는 신화통신은 “민족 독립과 해방, 국가 부강과 인민의 행복을 위해 분투한 혁명 열사들의 정신을 계승해 위대한 사회주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1월 19일 제19차 당 정치국 집단학습에서 ‘당 선진성(先進性) 교육’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후 주석의 지시 직후 중국 공산당은 ‘중앙공산당원 선진성 확보 교양 활동 지도소조’를 구성해 각급 당 조직에 관련 교육 활동을 대대적으로 실시하라는 통지문을 하달했다.

당 선진성 교육은 공산당원에 대한 이념교육을 강화하고 당의 집권능력을 높여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도에서 나왔다.

관영 언론들은 각 지방 성시(省市)와 군(軍) 조직 등에서 수만 명씩의 당원이 참가한 군중 교양 활동이 성공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기사를 대문짝만 하게 실어 이념교육 열기를 한껏 부추기고 있다.

후 주석은 다시 2월 21일 제20차 정치국 집단학습에서 ‘조화로운 사회(和諧社會) 건설’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조화로운 사회를 건설하려면 개혁의 성과를 공동 향유하면서 공동 부유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노선 이후 심화된 빈부격차와 부정부패 문제를 극복하고 공산주의 중국의 이념적 기초인 평등으로 회귀하자는 것이다.

하루 뒤인 22일에는 당 중앙과 국무원이 제정한 ‘2004∼2010년 붉은 여행(紅色旅遊) 발전계획 강요(綱要)’가 관영 언론을 통해 발표됐다. 혁명전통 교육을 위해 2010년까지 학교 등 각 부문은 매년 청소년을 비롯한 국민 50만 명에게 공산혁명 성지(聖地)를 답사하도록 하라는 지시였다.

후 주석의 ‘좌향좌’ 노선에 대해서는 마오쩌둥(毛澤東) 노선과 연관짓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그는 2002년 11월 총서기직을 물려받은 뒤 첫 공식 활동 무대로 중국 공산당 최고 성지인 허베이(河北) 성 시바이포(西柏坡)를 선택했다.

시바이포는 1949년 마오 전 주석이 베이징(北京) 입성을 앞두고 공산 중국 건설 후에도 인민과 유리되지 말 것이며 어렵게 싸운 혁명정신을 잊지 말자고 당 간부들에게 당부했던 곳이다.

숨쉴 틈 없이 쏟아지는 이념교육 홍수에 대해 일각에서는 문화대혁명이 연상된다는 지적도 한다. 극단적 평등을 추구했던 문화대혁명과는 다르지만 왜곡된 평등구조를 교정하겠다는 이념의 출발점과 대대적인 군중 및 언론동원 양상이 닮았다는 것이다.

후 주석의 새로운 통치철학이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 중국 공산당에 활로를 제시할 수 있을지 당장 가늠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절대 권력에 대한 비판의 자유 없이 이념만으로 체제의 불확실성이 극복된 전례는 없었던 것 같다.

황유성 베이징 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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