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 로또복권’…후손들 발끈

  • 입력 2005년 2월 6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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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호의 얼굴을 어떻게 로또복권에….”

러시아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1821∼1881)의 초상(肖像)이 들어간 로또복권(사진)이 최근 발행되자 후손들이 발끈했다.

증손자인 드미트리 도스토예프스키 씨는 지난주 ‘체스나야 이그라’라는 복권을 발행하는 러시아 스포츠자선재단에 대해 20만 루블(약 728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또 이 복권의 발행 중지를 요구했다. 후손들은 이번 소송은 돈보다는 할아버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단 측은 “1872년에 그려진 작가의 초상화를 사용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반박했다. 더욱이 알렉산드르 1세 황제와 모스크바대 창립자인 미하일 로마노소프스키 등 러시아의 유명한 역사적 인물의 초상화를 넣은 복권도 함께 발행하고 있는데 유독 도스토예프스키가(家)만 소송을 낸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후손들의 민감한 반응은 많은 사람들이 도스토예프스키하면 도박을 떠올릴 정도로 생전에 도박에 탐닉했던 대문호의 삶과도 관련이 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도박으로 전 재산을 날리고 빚쟁이를 피해 4년 동안 해외 도피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노름꾼’이라는 중편소설까지 남겼다.

그런데 그의 얼굴이 들어간 복권 때문에 후손들로서는 이런 잊고 싶은 사실이 새삼 부각될까 우려하는 것이다.

후손들은 “말년에 도박에서 손을 뗀 할아버지는 소설 ‘노름꾼’을 통해 도박의 해악을 널리 알렸고 생전에 도박을 즐기기는 소설가 이반 투르게네프가 더 했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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