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서 박사 딴 마피아 두목…변호사 못미더워 법대 등록

  • 입력 2005년 2월 3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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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형을 살고 있는 이탈리아 마피아 두목이 교도소에서 독학으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시칠리아 출신 카를로 마르케스 씨(48). 마피아 두목인 그는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이탈리아 아스콜리 피체노 교도소에서 7년째 독방 생활 중이다. 그는 “볼 것도 없고 얘기 나눌 사람도 없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했다. 스스로를 변론하기 위해 법학 관련 서적을 집중적으로 탐독했다.

그는 책을 마음대로 읽을 수도 없었다. 한 번에 한 권씩만 독서가 허용됐기 때문. 그는 책 한 권을 통째로 외워버린 뒤 다음 책을 빌리는 식으로 독파해 나갔다. 잘 외워지지 않는 대목은 종이에 메모해 신발에 감춰두었다가 운동 시간에 꺼내 읽었다. 교도소장과 교도소 주임 신부의 주선으로 마르케스 씨는 팔레르모 법대에 외부 학생으로 등록할 수 있었다.

그는 교도소에서 시험을 보고 논문을 제출하는 등 박사학위를 받기 위한 모든 과정을 마쳤다. 그리고 최근 학위사정위원회가 열린 팔레르모의 한 교도소로 향했다. 교도소에는 대학에서 온 사정위원 11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구두시험 끝에 사정위원회는 “아주 훌륭한 학생”이라는 찬사와 함께 그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그는 다음 목표를 밝혔다. 박사학위를 이용해 항소를 하겠다는 것. 그는 “내 변호사들이 제대로 변호를 못하고 있어 내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학위를 따야만 했다”고 말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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