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희생 한국인 5명 남짓 늘어날듯

  • 입력 2005년 1월 20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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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6일 남아시아 지진해일(쓰나미)로 연락이 끊겼다며 정부가 ‘소재 미확인자’로 분류한 1400여 명 가운데 진짜 지진해일 피해자는 얼마나 될까.

본보 확인 결과 실제로 쓰나미에 희생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5명 남짓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재 미확인자로 신고된 사람 대부분은 쓰나미와 관계없이 오래전부터 소식이 두절되었거나,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 중인 사람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는 외교통상부가 작성한 ‘남아시아 지진해일 소재 미확인자’ 90명(1월 9일 현재)의 명단을 입수해 가족과 신고자에게 일일이 직접 확인했다.

그 결과 지진해일 한국인 희생자는 공식 확인된 20명(사망 12명, 실종 8명) 외에 5명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실종 추정자는 5명 안팎=지난해 11월 22일 시리아로 배낭여행을 떠난 노모 씨(33·여)는 쓰나미가 일어나기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24일 집으로 전화를 했다.

노 씨는 머무르고 있는 나라를 밝히지 않은 채 “비행기 표 끊고 오늘 들어갈게”라고 말했지만 한국에 도착하지 않았다. 더 이상 연락도 없었다. 노 씨의 어머니는 지진해일 뉴스를 본 뒤 딸의 안부가 걱정돼 실신까지 했다.

대만에서 영어 강사를 했던 오모 씨(27·여)는 지난해 12월 23일 필리핀으로 떠났다. 오 씨의 아버지는 “딸이 대만에서 1년간 번 돈으로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지로 여행을 하고 오겠다고 말했다”며 “지진해일 직전 필리핀으로 떠난 게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한 달에 두세 번 전화를 하던 오 씨는 지진해일 이후 연락이 끊겼다.

이처럼 지진해일 직전까지 수시로 연락을 하다 갑자기 소식이 끊긴 실종자는 지진해일의 피해를 보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일부 얌체족도=19일까지 외교부 영사과에 접수된 소재확인 요청 건수는 모두 1437건.

그러나 본보가 확인한 소재 미확인자 중 20명은 이미 1년 이상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신고한 사례도 있었다. 지진해일 실종자로 신고된 이모 씨(50)는 태국 골프장에서 일하다 사기사건에 연루돼 오래전부터 도피 중이었다. 신고자는 가족이 아니라 이 씨에게 피해를 본 사람이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신고자 가운데 허수가 너무 많아 실제 실종자 수색 작업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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