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장 클로드 슈라키]‘약달러정책’ 미국도 득 못본다

  • 입력 2005년 1월 20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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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달 사이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다.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하락으로 인해 세계경제가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지 전망해 보기 위해선 4가지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우선 달러화 가치가 얼마나 떨어질지 예상해 봐야 한다. 미국이 달러화 하락으로 효과를 볼 것인지 따져볼 필요도 있다. 달러화 가치의 추가 하락이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당사국인 미국과 다른 나라들은 달러화 가치 하락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전망해 봐야 한다.

2002년 이후로 계산하면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 35%나 하락했다. 달러화의 가치 하락은 재정 및 경상수지 적자 때문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6%에 육박하고 해외 순부채는 GDP의 30%에 이른다. 미국이 약달러 정책을 통해 현재 안고 있는 이 막대한 대외 적자를 털어내려면 달러화 가치가 추가로 20∼30% 하락해야 가능하다. 이런 시나리오라면 달러화 가치가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지 전망하기조차 어렵다.

미국에는 달러화 약세가 대외 적자폭을 줄이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수입품 가격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동반한다. 따라서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이자율을 올릴 수밖에 없고, 이자율 상승은 투자 위축과 성장 둔화로 이어지게 된다.

달러화 약세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바람직하지 않다. 유럽과 일본의 기업들은 자국 통화 가치의 급상승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자연히 기업의 이익은 줄어들게 되며, 기업들은 비용 절감에 나서게 될 것이다. 경제활동은 전반적으로 둔화될 수밖에 없고 제조업 실업률이 높아지게 된다.

현재 진행되는 흐름으로 볼 때 달러화 약세로 인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리라는 징후는 아직까지 없다. 미국에선 아직 인플레 압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다. 재정적자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외국 투자자들은 머지않아 달러화 자산을 내다팔려고 할 것이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중앙은행들은 현재처럼 막대한 양의 달러화를 계속 보유해야 할지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의 정책 당국자들은 지속적인 달러화 하락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미국의 대외 적자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조정하는 게 필수다. 이는 차후 외환시장에서의 환율 조정과 미국의 국내저축 증가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은 적자 예산도 적절하게 조정해 나가야 한다.

약달러 정책으로 수출을 늘림으로써 대외 적자폭을 줄여 나가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도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계산법이다. 미국은 수입이 수출보다 엄청나게 많은 국가다. 또 수입 상품을 국내 생산으로 대체할 여지도 적다.

따라서 수출과 수입이 같은 속도로 증가한다면 미국의 대외 적자는 더욱 커지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미국이 경제를 제대로 정비하지 않는 한 이런 단순한 계산법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미국은 더 이상 내부문제의 책임을 외부에 물어선 안 된다.

장 클로드 슈라키 파리정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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