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스인훙]中 ‘북핵인식’ 상황따라 바뀐다

  • 입력 2005년 1월 27일 18시 36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이 불거진 2002년 10월부터 지금까지의 북핵 문제 전개 과정을 보면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의문의 대부분은 중국의 정책에 관한 것이다.

중국의 정책행위 방식을 이해 또는 예견하려면 기본 변수들을 알아야 한다. 이 변수는 국가이익에 대한 고려, 주관적 상황판단, 가용한 정책수단의 세 범주로 압축된다.

가장 일반적인 요소는 중국이 북핵 문제와 자국 국가이익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첫째는 평화이다. 한반도 평화뿐 아니라 북한과 미국 및 동맹국 간 평화, 중국과 미국의 평화가 포함된다. 특히 중미가 이 문제로 인해 직·간접적 군사대결이나 고도의 긴장에 말려들어 정책 딜레마에 빠지거나 무서운 결과를 낳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는 북한의 비핵화다. 북한의 핵무장 프로그램이 위험한 전략적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막아야 한다. 미국이 북한에 군사공격을 하거나, 일본과 한국이 핵무장으로 나가거나, 북한이 주변국에 ‘핵 공갈’을 함으로써 중국에 심각한 외교 및 전략적 위험을 초래토록 해서는 안 된다.

셋째는 북-중 간 전략적 특수관계 유지다. 북한은 중국의 전략적 완충지역 및 ‘자동견제세력’으로 계속 남아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양국 관계의 손상을 막아 북한의 전략적 자산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국의 정책행위 결정에 있어서 주관적 상황 판단은 대단히 중요하다. 국가이익은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지만 주관적 상황판단은 복잡하고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와 지도층이 느끼는 ‘위험도’가 상황요소다. 가변적인 핵 상황 속에 어떤 위험이 내포됐는지를 보는 시각과 그에 수반되는 긴박감의 정도를 말한다. 북핵 문제에는 이중위험이 존재한다. 미국이 이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려는 위험과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가속화할 위험이다.

전자는 중국의 최우선 이익인 평화를 파괴하고 북한 정권의 전략적 가치를 와해시킬 수 있다. 후자는 중국의 안보와 외교이익에 대단히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중위험이 심각하게 발전하면 중국은 긴박감을 느끼면서 완화 조치를 취할 것이다. 반대라면 중국의 행위는 상대적으로 느슨해지면서 소극성을 띠거나 인내하게 될 것이다.

사실상의 유일한 위험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때는 중국에 고도의 적극성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에 더욱 큰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북한과의 전략적 특수관계를 손상시키는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폭넓은 전략적 안목을 갖고 있다면 중국의 안보 환경이 어려워졌을 때 중국 지도층은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더욱 민감하게 생각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대만 독립 위험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중미 관계가 더욱 긴장되고 일본의 호전적 민족주의로 중일 관계가 더욱 악화될 때 중국의 전략가들은 자연히 북한의 전략적 가치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핵 문제는 중국의 국가안전과 외교업무 순위에서 등급이 떨어질 것이며 북핵 포기를 위한 압력 수위도 낮아질 것이다. 북핵 문제와 중국의 전략적 수요 간의 이런 연관관계를 인식해야 중국의 행위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스인훙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