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윌리엄 파프]이라크총선 연기돼선 안된다

  • 입력 2005년 1월 13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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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총선이 연기돼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총선을 치르면 이라크 상황이 완화될 것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총선을 치르기 위해 상황이 나아져야 한다고 말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총리는 예정대로 1월 30일 총선이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정부의 대다수 인사는 수니파의 총선 불참이 정통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총선 연기를 바라고 있다.

이라크에서 저항이 시작된 이후 미국 관리들은 몇 가지 정세 안정의 분기점을 상정했다.

첫째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체포였다. 저항이 많이 수그러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 다음은 요새화된 그린존 안에서 어떠한 의식이나 공식적인 증인도 없이 진행된 ‘허수아비 주권 이양식’이었다.

다음 분기점은 시아파 지도자 무스타다 알 사드르가 이끄는 나자프 봉기를 진압하는 것이었다. 미군 사령부는 사드르를 체포하거나 사살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그는 노선을 바꾸지 않고도 여전히 활동하고 있으며 자신이 중요한 인물이란 점을 과시했다.

다음은 팔루자였다. 미 해병대는 그곳을 초토화했다. 주민들을 소개한 뒤 도시를 탈환했다. 정규군 앞에서 게릴라 활동과 봉기는 위축되거나 흩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라크 게릴라들은 저항전의 기초 원리를 서술한 아라비아 독립의 영웅이자 천재적 전략가인 영국군 대위 토머스 에드워드 로런스(1888∼1935)의 저서를 참고할 필요도 없었다. 절대 맞서 싸우지 말고 적의 공격에 적당히 대응하고 떠나라. 항상 떠난 다음 뒷날을 기약하라.

팔루자의 저항세력은 미군 사령부가 승리했다고 생각한 모술과 사마라 등 여러 지역에 다시 나타나 전투를 재개했다. 더구나 팔루자 자체에서도 저항세력이 완전히 소탕되지 않았다. 한때 25만 명이 살았던 도시만 폐허가 됐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특사인 로버트 블랙웰 국가안보회의(NSC) 이라크정책 책임자는 지난주 “설사 모든 수니파가 전투에 참가하더라도 저항세력은 이라크 인구의 20%를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라크 인구를 2300만 명으로 보면 20%는 450만 명이다. 반면 이라크 주둔 미군은 15만 명에 불과하다.

상황은 어렵다. 하지만 총선은 예정대로 치러야 한다. 연기는 좋지 않다. 총선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약속된 것이다. 총선은 미국과 연합군이 이라크에서 손을 떼고 이라크 국민에게 자치를 주기 위한 단계이다.

워싱턴이나 동맹국은 인정하지 않으려 하겠지만, 진실은 외국 군대가 이라크에 계속 주둔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주둔 그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점령은 저항을 낳는다. 연합군 철수는 이라크 안정의 필수 조건이다.

연합군이 철수한 뒤 어떤 세력이 이라크를 관할할지는 분명치 않다. 적어도 외군 군대는 아닐 것이다. 이라크 인들은 자기 조국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윌리엄 파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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