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위험하다”…이라크 총선취재로 수백명 몰려

  • 입력 2005년 1월 10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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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르 피가로 소속 말브뤼노 기자(오른쪽)와 RFI 라디오의 셰노 기자의 생환 기념 포스터 앞에서 환호하는 파리 시민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프랑스의 르 피가로 소속 말브뤼노 기자(오른쪽)와 RFI 라디오의 셰노 기자의 생환 기념 포스터 앞에서 환호하는 파리 시민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무장 저항단체들이 노리는 납치 대상은 민간인, 그중에서도 기자들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는 최근 기자에게 이렇게 경고했다.

그는 “기자만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대상은 없다”면서 “무장 저항단체들은 상당 기간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 뒤 납치하기 때문에 거의 실패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라크 총선을 앞두고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도 같은 분석을 내놨다.

뉴스위크 중동지역 담당으로 오랜 기간 바그다드를 취재해 온 크리스토퍼 디키 기자는 7일 인터넷 칼럼을 통해 “총선(30일) 취재를 위해 전 세계에서 수백 명의 기자가 이라크로 몰려들고 있지만 상당수는 이곳의 상황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면서 “그들은 최소한 자신들의 생명을 담보로 이곳에서 취재를 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대사관이나 미군이 기자들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지대인 그린 존 역시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했다.

미군들 역시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기지 밖으로 나갈 땐 반드시 보호장비를 갖추고 무장을 해야 한다.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시내까지의 거리는 수 km에 불과하지만 대사관 직원들은 납치 살인의 위험 때문에 헬리콥터로 이동할 정도다.

기자들도 신분을 숨기고 비밀리에 취재한다고 해도 현지인과 인터뷰 하는 순간 즉시 위험에 노출된다.

5일 바그다드에서 이라크인 통역 후세인 하눈 알 사디 씨와 함께 실종된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의 플로랑스 오브나스 특파원도 현지인과의 인터뷰를 위해 숙소에서 나간 뒤 9일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AP통신은 한 식당 주인의 목격담을 인용해 두 사람이 바그다드 그린 존 인근에서 강제로 차량에 태워졌다고 전했다.

다른 기자들이 바그다드 북쪽 발라드에서 만난 복면 무장세력은 두 사람이 건강하게 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나 이라크 정부는 그 어느 쪽 얘기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이라크 현지 언론 및 취재 관련자 피랍 일지▼

2004년 8월 20일=프랑스 르 피가로 기자 조르주 말브뤼노 씨와 RFI 라디오 기자 크리스티앙 셰노 씨, 무장단체에 납치

10월 28일=이라크 여기자, 바그다드에서 피살체로 발견

11월 1일=로이터통신의 이라크인 카메라 기자, 총기 피살체로 발견

12월 22일=말브뤼노, 셰노 씨 석방

2005년 1월 5일=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 소속 여기자 플로랑스 오브나스씨와 통역인 후세인 하눈 씨 등 4명 피랍

이라크전쟁 발발(2003년 3월) 이후 기자 및 취재 보조인력 총 45명이 납치 피살 또는 취재 중 폭격 등으로 사망

자료 제공: 국경없는기자회(R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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